폭염에 모기도 ‘백기’…2년새 60% 감소
울산 울주군에 거주하는 한모(26)씨는 “요즘은 집에서 모기향을 피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예년 같으면 이미 모기향을 자주 사용했지만, 올해는 창고에 넣어둔 모기향을 꺼낼 일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야간에 열리는 야외 행사에 자주 참석했음에도 모기에 물리는 일이 없어 의아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캠핑을 즐긴다는 박모(30)씨도 “모기향을 챙기지 않으면 밤에 텐트에서 잠을 못 잘 정도였는데 올해는 몇번 나가도 모기 소리를 듣지 못했다”며 “혹시 몰라 모기 기피제와 모기향을 준비해 갔지만 한번도 사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울산의 모기 개체수가 최근 2년 사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33℃를 웃도는 높은 기온과 짧은 장마, 국지성 폭우 등 최근 이어진 기상 여건 변화가 개체수 감소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파악된다.
22일 울산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6월 한달간 울산에서 채집된 모기 수는 총 1470마리다.
이는 지난 2023년 3729마리에 비해 60.6%나 감소한 수치다. 지난해 채집된 1920마리에 비해서도 23.8% 줄었다.
이와함께 연간 누적 채집수도 매년 감소세다.
3월부터 6월까지 4개월간 울산에서 채집된 모기수는 지난 2023년 4051마리, 지난해 2077마리, 올해는 1833마리로 2년사이 60%가까이 줄었다.
울산보건환경연구원은 매달 모기 밀도조사와 채집을 정기적으로 시행하고 있는데, 이달 22일까지 집계된 7월 모기 채집량 역시 전년 동기 대비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의 원인으로 변화하는 기상을 꼽았다. 울산보건환경연구원은 연구자료를 통해 “모기의 생존과 번식은 기온과 습도, 강수 등 기상요인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모기 유충의 부화 적정 온도는 14~20℃이며 성충이 활발히 활동하는 최적 온도는 25℃ 전후다. 그러나 33℃ 이상의 고온에서는 오히려 활동이 위축되는 움직임을 보인다.
또 최근 장마일수가 짧고 강수량이 줄면서 모기 유충의 서식지인 물 고임이 적게 발생한 것도 영향을 줬다.
일정한 수준의 강수는 일반적으로 모기 서식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지만 최근처럼 쏟아지는 국지성 폭우는 오히려 유충의 서식지를 휩쓸어 생존에 불리하게 작용하기도 한다.
울산보건환경연구원 관계자는 “모기 유충은 일반적으로 장마처럼 일정 기간 이어지는 따뜻하고 습한 날씨에서 잘 자라지만 올해는 장마가 짧고 7월 초부터 무더위가 계속되면서 부화에 적합하지 않은 환경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기상 조건이 반복될 경우 앞으로도 모기는 지속적으로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은정기자 k2129173@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