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칼럼]지역 연고기업과 인재

2025-07-24     경상일보

최근 필자는 필자의 연구인 분말재료의 산업체 몇몇 곳을 방문하게 됐다. 대부분 관련 기업이 서울, 수도권에 있고 일부는 대구, 경북권이 있다. 대구·경북권 기업을 방문할 때마다 기업대표들은 우수한 학생, 인재들을 추천해달라고 하면서 꼭 당부하는 말이 있다. 회사에서 오래 근무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한다. 왜냐하면 신입사원들이 틈만 나면 서울권의 대기업, 중견기업으로 이직하기 때문이다. 분말재료 업체들은 현대자동차나 삼성전자와 같은 완성품을 만드는 업체들이 아니고 제품에 기반이 되는 소재·부품회사이기에 확 드러나지는 않는다. 국가 산업에 핵심적으로 필요로 하는 산업이지만 대기업이 몰려있는 수도권에 상당히 있다.

최근 국방, 항공산업 분야가 국가적으로 가장 주목을 받고 있고 그중 한국항공우주산업(KAI)는 우리의 미래 주력기인 KF-21 보라매 사업 등으로 우리 분야에 가장 취업선호도가 높은 기업 중 하나이다. 문제는 KAI가 경남 사천에 현장과 제조센터가 있어서 인재확보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

수도권 상위권 학생들이 지역적 한계로 사천에 정착하는 것을 상당히 꺼려하고, 취업이 되어도 상당수가 1~2년을 못 버티고 수도권으로 다시 이직을 하는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은 우리 울산 지역도 동일하다. 과거 현대자동차 중앙연구소가 우수인재 확보를 위해 남양연구소 설립과 함께 경기권으로 이전했고, 현대중공업 중앙연구소도 지난 2022년도에 판교로 이전하면서 울산은 생산기지만 되는 상황이 됐다.

현재 판교는 국내외 유수 IT 기업이 들어오면서 젊은이들이 모이는 가장 활기가 넘기는 혁신 도시가 됐다. 기업 입장에서는 우수인재 확보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는 하지만, 지역대학에 종사하는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안타깝기만 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은 30여년 전부터 지속됐고 지금은 국가적으로 수도권이나 지방 모두 심각한 지역 불균형에 시름하고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현 정부는 이런 상황 즉 지역 불균형을 해소하고자 행정기관 중 가장 지역적 특색이 강하고 가장 밀접한 행정기관인 해양수산부를 부산으로 이전하고자 하고, HMM과 같은 지역과 밀접한 대기업을 이전시키고자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한 번 자리잡은 행정기관과 기업을 새로 움직이는 것은 국가적으로 엄청난 에너지와 시간을 소비하고 새로운 갈등을 만들 수밖에 없다. 사실 20여년 전 노무현 대통령 시절 핵심전략으로 삼았던 지역균형발전에 따른 혁신 지구 조성사업과 공공기관 지방 이전 정책이 꾸준히 진행됐다면, 20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는 지역 불균형이 상당히 해소됐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후 정부가 이 기조를 변경하면서 상황이 어려워진 것이다.

국가의 먼 미래를 본다면 지역불균형은 어떻게든 해소해야 한다. 강력한 국가의 정책 기조 일관성이 필요하다. 상황에 따라 기조의 변동이 일어난다면 또 다른 갈등을 만들게 된다. 해양수산부 등 지역적 특성이 강한 공공기관들은 과감하게 해당 지역으로 이전해야 한다. 향후 중앙정부, 국가에서 설립, 조성, 기획하는 주요사업과 기관, 조직은 반드시 우선적으로 지역에 연고를 두게 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우리 울산지역도 지역에 연고를 둔 대기업과 핵심 기관들도 신규로 기획하는 미래 사업과 해당 부서는 지역에서 만들어지게 강한 설득과 노력, 그리고 혜택을 줘 우리 지역에 뿌리 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전국 지자체는 매년 상당한 예산을 들여 인프라구축 사업과 다양한 지역 축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역에 정주하는 사람이 없다면 이런 사업은 정말 의미가 쇠퇴하게 된다. 따라서 이제는 지역에 정착하고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지역이 되게 만들어 해당 지역에 정착하고 즐겁게 기업을 운영할 수 있게 만드는 것에 예산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결국은 국가가 즉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강력한 관여가 필요하다. 이제 지역불균형은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김진천 울산대학교 신소재·반도체융합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