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생각]일상을 예술로 바꾸는 ‘울주로 일상예술 프로젝트’
매일같이 동네 주민들이 모여 문화로 즐거운 시간을 나누던 울주생활문화센터가 단수로 인해 이틀간 문을 닫았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적막해진 센터의 풍경을 마주하며 그동안 이곳을 오가던 이들이 채워주던 활기와 온기가 얼마나 소중했는지 새삼 깨닫게 됐다.
다행히 이번 여름, 울주군 두서면 인보리 마을에 세 명의 예술가가 새롭게 들어온다. 이들은 울주생활문화센터와 마을의 빈집을 작업 공간 삼아 한 달간 머물며, 지역 주민들과 일상을 나누고 울주만의 정서를 담은 새로운 창작을 시도할 예정이다.
현재 7월28일까지 참여 예술인을 모집 중인 ‘울주로 일상예술 프로젝트’는 울주문화재단이 올해 새롭게 추진하는 체류형 예술 레지던시다. 이 프로젝트는 예술인들에게 단순히 공간과 창작비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예술과 지역, 일상과 창작을 잇는 관계 맺기를 통해 예술창작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삶과 예술, 그리고 반구천 암각화가 있는 울주의 특별한 매력을 만날 수 있는 이번 공모에 전국 각지의 예술가들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체류형 예술 프로젝트는 울주에선 아직 낯선 개념이지만, 문화적 활기를 필요로 하는 다른 지역에서는 이미 활발히 실험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작년 강원도 고성에서 열린 ‘2024 아트케이션 페스타’다. 지역 소멸 위기에 대응하고자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고성문화재단, 고성군이 함께 추진한 이 프로젝트는 대한민국 최북단 명파마을에 전국 각지의 문화예술인들을 불러모았다.
젊은 예술가들이 한 달간 명파마을에 머물며, 마을 주민들과 함께 먹고 자고 대화하며, 특별하지만 소박한 축제를 만들어 낸 것이다. 비록 교통도, 편의시설도 부족한 마을이었지만, 오히려 그런 제약 덕분에 예술가들은 더욱 깊이 머물며 일상에 스며드는 다양한 예술을 실험할 수 있었다. 외부에서 만들어진 콘텐츠를 단순히 들여오는 방식이 아니라, 예술가가 실제로 그곳에 살아보고 주민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가운데 새로운 창작의 기회를 만들어 냈다. 그 과정을 통해 평범했던 창고는 공연장이 되고, 낡은 민박집은 갤러리로 변신했다. 이 모든 변화는 예술가와 주민, 그리고 그들을 연결한 공공의 역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제 8월이면 울주 인보리에도 각자의 예술 세계를 지닌 이들이 자연스럽게 마을에 스며들며,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가기 시작할 것이다. 외지 예술가들의 신선한 시선을 통해 마을 곳곳은 새롭게 조명되고, 울주라는 지역의 틀 안에서 예술의 가능성은 더욱 확장될 것이다. 주민들 또한 단순히 예술가들의 완성된 작품을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예술가와 함께한 일상 자체를 예술의 한 형태로 경험하고, 그것을 추억하게 될 것이다. 이 작은 시도들이 쌓여 그저 평범하게만 느껴졌던 우리의 일상이 어느새 더 풍요롭고 매력적인 순간들로 채워지길 기대해 본다.
김잔디 울주문화재단 생활문화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