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속 실외기 ‘후끈’, 보행자 불쾌감 ‘지끈’

2025-07-24     주하연 기자
연일 계속되는 무더위에 에어컨 사용이 늘고 있지만 열기를 뿜어내는 실외기 설치·관리 체계는 여전히 미흡하다. 울산 도심 곳곳에 에어가드 없는 실외기들이 무분별하게 설치돼 보행자의 불쾌감을 높이고, 과열로 인한 안전사고 우려도 낳고 있다.

울산에 폭염특보가 내린 23일 낮 중구 복산동의 한 골목. 좁은 길 양옆으로 에어컨 실외기들이 늘어서 있다. 70m 남짓한 구간에 설치된 실외기만 15대. 이 중 에어가드가 설치된 실외기는 단 3대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모두 바람이 직접 길쪽으로 뿜어져 나오게 설치돼 있었다. 찜통더위에 실외기는 쉼 없이 돌아갔고, 골목을 지나는 시민들은 뜨거운 열기에 얼굴을 찌푸렸다.

인근 상가 밀집 지역에는 실외기에 에어가드가 설치돼 있긴 하지만 여러 대가 한데 모여 있어 열기 배출이 원활하지 않아 과열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한 기계설비 업계 관계자는 “실외기 간격이 좁으면 내부 열이 식지 않아 과열 위험이 커진다”며 “덮개 없이 무분별하게 설치된 실외기는 특히 노후 장비일 경우 화재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현행 ‘건축물의 설비기준 등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일반주거지역과 상업지역에서는 에어컨 실외기를 도로(지상)에서 2m 이상 높이에 설치해야 한다. 또 실외기의 열기가 보행자에게 직접 닿지 않도록 일명 ‘에어가드’라고 불리는 구조물을 설치해 바람의 방향이 위로 향해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이를 어기더라도 별도의 과태료나 행정처분 규정이 없다 보니 다가구 주택가, 상가 주변 등 곳곳에서 실외기들이 아무 제지 없이 가동되고 있다.

울산의 한 지자체 관계자는 “실외기 설치와 관련해 처벌 규정이 없다보니 별도의 조치는 어렵고, 민원이 접수되는 건에 한해 시정 안내 등을 하고 있다”며 “여름철에는 실외기 과열로 인한 화재 위험이 높아지는 만큼 냉방기기 사용 안전수칙을 준수하고, 주기적인 점검을 통해 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글·사진=주하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