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철호의 反求諸己(112)]자랑스러운 갑질공화국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제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와 제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이다. 그런데 이것은 희망 사항이고, ‘대한민국은 갑질공화국이다’와 ‘대한민국의 주권은 나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나로부터 나온다’는 것이 현실이다. 대한민국에서 사회적 성공의 기준은 ‘갑질할 수 있는 권리’의 획득 여부이고, “까라면 까?” “닥쳐”라는 말은 여전히 유효한 자랑스러운 권력의 상징어이다. 성공한(?) 사람들 대부분은 갑질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며 심지어 자랑까지 한다.
직장인 매거진 ‘M25’가 2023년 5월 6~12일 홈페이지 방문자 63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직장인들이 생각하는 최악의 갑질은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시키는 대로 하라고 윽박지르기’이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한겨레’의 의뢰를 받아 직장인 391명을 대상으로 2013년 1월 25일부터 30일까지 진행한 온라인 설문 조사에서 직장인들은 대표적인 갑질로 ‘정해진 일 이외의 다른 일 요구’(47.6%, 복수 응답), 반말(25.4%), 무시(25.1%), 욕설(19%) 등을 꼽았다. 매거진 ‘M25’는 ‘갑질이 사라질 것이라고 보는 시각은 여전히 소수다’라고 했다.
세계에서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인 덴마크에는 ‘옌틀로운 법칙’이 있다. 그 내용 중 일부를 소개하면, ①자신이 ‘특별한 사람’이라고 믿지 마라, ②모든 사람은 똑같이 다 중요하다고 믿어야 한다, ③모든 사람이 각자 잘하는 것이 있다고 믿어야 한다, ④모든 사람이 동등하게 대접받아야 한다고 믿어야 한다, ⑤누구한테나 무언가 배울 점이 있다고 믿어야 한다 등이다. 옌틀로운 법칙은 나만이 특별한 것이 아니고 모든 사람이 특별하므로 사람은 누구나 존중받아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지위가 권력은 아니며, 권력이 능력도 아니다. 지위는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의 범위이며, 권력은 내가 일을 할 수 있게 하는 공인된 힘이다. 지위가 높다고 해서 내가 우월한 것은 아니며, 권력이 있다고 해서 함부로 휘둘러서는 안 된다. 갑질은 당연한 것이 아니라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에 당연한 듯이 만연해 있는 갑질, 자신을 돌아보고 ‘갑질공화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자.
송철호 한국지역문화연구원장·문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