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기후 위기 대응, 일상 속 ‘탄소중립 생활화’부터

2025-07-25     경상일보

한동안 무더위가 기승이더니 최근 며칠은 전국에 폭우가 쏟아지면서 큰 피해가 잇따랐다. 울산 울주군 일부 마을에 대피령이 내려지는 등 긴박한 상황이 계속되었다. 폭우로 인해 울산은 태화강 수위 급상승으로 일부 지역이 침수됐고,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지 1주일도 되지 않아 반구대 암각화가 물에 잠겼다. 태화강 둔치에서 개최하려던 록 페스티벌은 행사장 침수로 연기됐으며, 국가유산인 옛 삼호교는 일부분이 내려앉았다.

이처럼 무더위와 폭우는 여름이면 피해 갈 수 없는 기상 현상이지만 올해처럼 마른장마였다가 뒤늦게 폭우가 쏟아지는 기후 위기는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이슈 중 하나가 되고 있다. 이것은 인류가 행하는 행동이 대기, 해양, 육지의 온도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결과여서, 공공뿐만 아니라 민간 차원에서의 대응도 중요하다.

공공의 경우 2021년 9월24일 환경부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녹색성장 기본법’이 공포되어 2022년 1월1일부터 시행되다가 2024년 10월22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으로 일부 개정되었다.

울산에서는 2022년 7월28일 ‘울산광역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 조례’가 처음 만들어졌다. 그해 12월29일 남구에서, 2023년 5월26일과 6월22일에 각각 울주군과 동구에서, 그리고 2025년 3월12일 중구에서도 조례를 일부 개정하면서 현재까지 시행되고 있다. 다만 현대자동차 공장과 매곡산업단지 등이 있는 북구에서는 아직 관련 조례가 제정되고 있지 않아 보완이 필요하다.

한편, 울산 태화강 국가정원은 국내 최초 수변 생태정원으로, 수질환경 개선과 억새길 조성, 저탄소 스포츠 이벤트를 통해 한국관광공사로부터 친환경 캠페인의 모범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울산에서는 2022년부터 산업단지 내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산림청의 지원을 받아 5개년 계획으로 ‘기후대응 도시숲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기사가 발표되었다.

또한 울산지속가능발전협의회 주관으로 산하 단체들과 함께 지역주민들의 생태 감수성 키우기 및 탄소중립 생활 실천 생활화, 그리고 SNS 홍보를 통해 탄소중립 생활 알리기 등의 사업을 하는 등 탄소중립 실천 행동을 위해 다양하게 노력하고 있다.

폭우로 운을 뗀 만큼 우산 얘기가 빠질 수 없다. 무더위와 장마 때 햇빛과 비를 피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우산이나 양산인데, 우리나라에서 매년 폐기되는 우산은 4000만개 정도라고 한다. 우산에는 비닐, 플라스틱 등 생산을 위해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부품들이 들어간다. 따라서 우산을 쉽게 버릴수록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의미이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의 강동구 우산수리센터에는 2012년 처음 설치된 이후 지난 4월 16일까지 누적 방문 인원만 3만1197명이며, 새로운 생명을 얻어 간 양산과 우산의 개수가 4만9742개라고 한다. 이 센터에서는 훈련을 받은 작업자 3명이 무료로 우산과 양산을 수리해 주고 있다. 서울 서초구에도 재미있는 우산수리센터가 있는데, 아파트 단지부터 골목까지 구석구석을 다니며 우산이나 양산을 고쳐주는 ‘바퀴 달린 서초’ 버스라고 불린다. 이 버스는 특별한 서비스를 하나 더 제공하는데, 바로 칼을 갈아주는 것이다. 주민들에게 칼을 갈아주며 자원 재활용과 환경 보존을 실천의 기회를 제공하는 생활밀착형 행정서비스로 주목받고 있다.

울산에서도 이러한 서비스 도입을 고려할 수 있다. ‘울산 남구 OK 생활민원 기동대’는 소규모 수리, 전기설비, 무상공구 대여 등 다양한 민원을 해결해 주고 있지만, 앞서 언급한 ‘우산 수리’라는 단어는 확인되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요즘에는 우산이 꼭 우천 때만이 아니라 양산 대용으로도 활용도가 높다 보니, 소비도 그렇지만 분실이나 버려지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우산에 쓰이는 플라스틱 등과 같이 기후 위기를 초래하는 환경오염 물질들을 일상에서 잘 관리하고, 행정에서도 이런 세세한 분야까지 캠페인과 지원 서비스를 전개해 간다면 탄소중립 실현은 한 걸음 훌쩍 다가올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일상 속 소소한 ‘기후 위기 예방’ 실천 방안을 찾아보고, 공유하고, 함께 실천해 보면 어떨까.

유영준 울산대학교 정책대학원 겸임교수 (사)태화강생태관광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