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차부품업계 ‘전동화·현지화’로 벼랑 끝, 생존전략 절실
현대자동차가 미국의 고율 관세에 대응하기 위해 부품 현지화 전략을 공식화하면서, 울산의 자동차 부품업계는 심각한 생존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다. 울산의 차 부품산업은 현대차 울산공장을 중심으로 1차부터 5차 협력사까지 수직 통합형 공급망을 구축하며 지역 경제의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현대차가 부품 현지화를 추진하면, 울산의 900여개 부품업체는 최대 매출처를 잃게 돼 생사의 기로에 놓일 수밖에 없다.
현대차는 지난 24일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부품 현지화 전략을 공식화했다. 단기적으로 부품 소싱 변경을 추진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전사 협업체계를 구축해 부품 공급망을 재편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200여개 부품에 대해 최적의 조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차·기아가 미국에서 생산하는 차량의 현지 부품 조달률은 48.6%로, 혼다(62.3%), 도요타(53.7%) 등 경쟁업체 대비 낮은 편이다.
현대차가 부품 현지화를 강화하면 울산의 부품업계는 사실상 거의 유일한 고객을 잃을 공산이 크다. 울산 부품업체들의 대부분은 영세한 중소기업으로, 기술력과 자본이 부족해 현지 생산 확대에 대응할 능력이 떨어진다. 납품 물량이 줄어들면서, 국내 부품업체들의 매출 감소와 고용 불안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올해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로 울산의 자동차 산업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상반기 자동차 수출액은 124억 달러로 전년 대비 13.9% 감소했으며, 그중 미국향 수출은 21.3% 급감했다. 자동차 부품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4% 증가했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분석된다. 하반기 자동차 수출은 수출 현지 생산으로 대체·확대 등에 따라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자동차 부품 수출도 전기차 캐즘, 미국 내 메타플랜트 공장 가동에 따른 전기차 현지 생산 확대 등으로 고전이 예상된다.
현대차의 부품 현지화 전략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지만, 울산의 부품업계에게는 생사의 기로에 놓이게 하는 결정이나 다름없다. 더욱이 울산의 자동차 부품업계는 전기차와 수소차 등 미래차 전환에 대한 준비가 미비한 상황에서, 이번 변화는 영세 부품업체들에게 사실상 ‘사형선고’와 같을 수밖에 없다.
울산 지역 차 부품 산업 생태계가 무너지지 않도록 선제적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 정책적으로는 기술 혁신을 위한 투자가 필요하며, 미래차 전환을 위한 빠른 대응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