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천의 암각화 모티브, 시간의 층위 담아내

2025-07-29     이춘봉
“동심은 인간이 가진 가장 소중한 유산입니다. 반구천의 암각화를 모티브로 한 작품들로 오래전의 흔적과 앞으로 남을 흔적에 대해 생각해보기 바랍니다.”

내달 24일까지 태화복합문화공간 만디에서 열리고 있는 ‘오나경 개인전: Heritage-잃고 싶지 않은 것, 보존해야 할 것들’에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5일 찾은 태화복합문화공간 만디 제1전시실. 울산을 기반으로 40여년간 창작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중견 서양화가 오나경의 작품 100여점을 만날 수 있었다.

익숙한 작품도 많았지만 그동안 보지 못했던 작품들도 여럿 있어 오 작가의 넓은 작품세계의 폭을 짐작할 수 있었다.

특히 두터운 요철 화지(아르쉬 등) 위에 오일바(오일스틱), 오일파스텔을 재료로 드로잉하고 긁고 다시 그 위에 겹쳐 칠하는 오 작가의 독창적인 기법은 그가 어떻게 오랜 세월 국내외에서 주목받을 수 있었는지를 실감하게 했다.

반구천의 암각화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기 훨씬 전부터 반구천의 암각화를 모티브로 깊은 시간의 층위를 나타낸 작품은 현재와 미래를 연결하며 오랫동안 보존하고 지켜야할 소중한 것들을 돌아보게 했다.

전시 마지막 오 작가의 대표작 이미지를 프린팅한 캔버스 천 위에 오 작가의 작업 재료인 오일파스텔로 직접 드로잉할 수 있는 공간은 어른들도 동심으로 돌아가게 만들었다.

부산에서 온 허수정(31)·허수진(30) 자매는 “오나경 작가의 작업 재료와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벽화를 보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색감이 화려했지만 조화로워 그림에 집중할 수 있었다”며 “친숙한 소재를 대상으로 아이가 그린 것 같으면서도 정교하고 역동적으로 작업한 작품은 어렵지 않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오나경 작가는 “반구천의 암각화처럼 세월이 지나도 흔적처럼 남아있는 작품을 만들고자 했다”며 “반구천의 암각화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기념해 보존하고 지켜야할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글·사진=권지혜기자 ji1498@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