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서울주 단수사태, 기후위기 시대가 던진 ‘생활재난’ 경고
울산시가 최근 울주군 서부지역 6개 읍·면, 7만여 주민들이 수돗물 없이 최대 6일간 고통을 겪은 ‘단수 대란’에 대해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았다. 태화강 바닥에 매설된 송수관 2곳이 파손돼 발생한 이번 사태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천상~언양 12㎞ 길이의 송수관 복선화 사업’을 앞당겨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비록 예기치 못한 집중호우가 사고 원인이라고는 하나, 폭염 속 시민 불편과 대응 지연에 대한 아쉬움도 큰 만큼 울산시는 대체 관로 사업을 조속히 추진해야 할 것이다.
서울주 지역 단수 사고는 지난 7월19일 정오께 발생했다. 1주일간 300㎜가 넘는 집중호우로 강 수위와 유속이 급증하면서 강 바닥에 매설된 지름 900㎜의 송수관이 두 곳에서 손상됐다. 사고가 나자 시는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해 복구와 긴급 비상급수를 실시했다.
하지만 언양·삼남·두동·두서·상북·삼동 등 서울주 6개 읍·면 주민들은 최대 5일간 물 공급이 끊기는 극심한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주민들은 제대로 씻지 못한 채 출근했고, 자영업자들은 영업을 중단했다.
급수차가 도착한 아파트 단지에는 주민들이 길게 줄을 섰지만, 급수차 배정 기준과 안내가 불명확해 대단지 위주 배정 논란이 있었다. 단독주택이나 고지대 주민들은 계곡물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믿기 어려운 ‘물 대란’이 광역시 울산에서 벌어진 것이다.
시는 근본적인 사고 재발 방지 대책으로 2035년까지 추진 예정이던 ‘천상~언양 송수관 복선화 사업’(총사업비 640억원)을 앞당기기로 했다. 부족한 상수도 시설 개선 예산을 감안해 일반회계 전입 등 추가 재원 확보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총사업비 106억원 규모의 언양 배수지 개선 사업도 병행 추진할 방침이다.
이번 서울주 단수 대란은 단수 그 자체보다, 장기간 수돗물 공급이 끊긴 상황이 시민의 생존과 직결되는 ‘생활 재난’으로 이어졌다는 점이 문제다. 예방 가능했던 사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사전 진단 시스템과 복선 송수관 같은 예비 체계가 미비했고, 주민들에게 상황을 신속하고 정확히 알리는 매뉴얼 또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판이 거세다.
‘물 부족 재난’은 생존과 직결된, 결코 가볍게 여길 수 없는 위협이다. 폭염과 폭우가 일상화된 기후변화 시대에 이런 ‘생활 재난’은 앞으로도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 울산시 등은 단순 복구를 넘어, 재난 매뉴얼 전면 재정비, 복수 관로 설치, 신속 대응 체계 마련 등 통합적 위기 대응 시스템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