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반구천 세계유산 SOS…“암각화는 헤엄치고 싶어요”
집중호우로 수몰된 울산 반구대 암각화가 열흘 만에 일부 모습을 다시 드러내면서, 암각화 보존과 활용 방안을 모색하는 논의가 본격화된다. 29일 기준 사연댐 수위는 56.8m까지 낮아졌으나, 암각화 전체가 완전히 드러나는 53m 이하로 떨어지기까지는 며칠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유산청과 울산시, 한국수자원공사 등은 이번 침수를 계기로 반구대 암각화의 효과적인 보존과 관리 방안을 찾기 위해 오는 8월1일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타운홀 미팅을 개최한다. 환경부, 수자원공사 등 관련 유관기관도 함께 참여해 암각화 보존과 관리, 문화유산으로서의 활용 방안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사연댐 수문 현황을 보면, 지난 19일 오전 초당 최대 507t에 달하는 막대한 양의 물이 급격히 유입되면서 반구대 암각화가 순식간에 물에 잠겼다. 이날 사연댐 유역에는 217.6㎜의 집중호우가 쏟아졌고, 평소 초당 0~2t 수준이던 유입량이 무려 500배까지 치솟으면서 암각화를 수장시켰다.
상류의 대곡댐은 용수 방류를 전혀 하지 않았지만, 암각화 침수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수문이 없는 월류식 구조의 사연댐만으로는 세계문화유산을 실질적으로 보호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다시 한번 드러낸 셈이다.
1990년대 초, 포르투갈 코아 계곡의 댐 건설 예정지에서 5000여점에 달하는 구석기 시대 암각화가 발견됐다. 이를 계기로 지역 주민과 학계는 ‘암각화는 헤엄칠 줄 모른다(As gravuras nao sabem nadar)’는 슬로건을 내걸고 댐 건설 반대 운동에 나섰다. 결국 1995년, 포르투갈 정부는 댐 건설을 철회했고, 코아 계곡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는 역사의 전환점을 맞았다.
반구대 암각화 역시 ‘헤엄칠 줄 모르는 바위그림’이다. 보호받지 못하면 수몰돼 사라질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1990년대 포르투갈 코아 계곡 암각화가 겪었던 위기와 전혀 다르지 않다. 사연댐 수문은 2030년에야 설치될 예정이고, 그때까지 최소 5년 동안 암각화는 침수와 노출을 반복하며 훼손될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우려가 아닌, 예고된 손실이다.
더는 시간을 미룰 수 없다. 지금 당장 실효성 있는 보호 조치가 실행돼야 한다. 이제는 공감의 차원을 넘어, 실천으로 나아가야 할 때다. 울산은 이번 타운홀 미팅을 계기로, 반구천 암각화를 반드시 지키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전 세계에 분명히 밝혀야 한다. “반구천 암각화는 헤엄치고 싶다” 이 절박한 외침에 이제는 우리가 응답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