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안태의 인생수업(5)]멈추지 않되 무리하지 않는 삶

2025-08-04     경상일보

살다 보면 마음속에서 두 개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더 열심히 해야 해. 더 잘해야 해.” 그리고 또 한쪽에서는 조용히 속삭인다. “그만하고 쉬고 싶어. 아무것도 하지 말자.”우리는 그 사이 어딘가에서 흔들리며 살아간다.

치열하게 살아야 의미 있고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은 세상에서 잠시 쉬고 싶은 마음은 금세 죄책감으로 바뀌고, 결국 지쳐 쓰러진 어느 날엔 “나는 왜 이렇게 나약할까”라는 자책이 밀려온다.

정신과 의사 윤홍균은 이 흔들림을 ‘양가감정’이라 부른다. <마음 지구력>에서 그는 말한다. 양가감정은 부끄러움도, 실패의 증거도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인류가 생존을 위해 진화시킨, 가장 정직한 내면의 반응이다.

인간은 늘 두 개의 충동 사이에서 살아왔다.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었고, 멈추지 않으면 탈진했을 것이다. 사냥을 나서야 했고, 동시에 두려움에 몸을 숨겨야 했다. 이 양가적 본능이 인간을 오늘까지 이끌어온 것이다. 그러니 지금 우리 안에서 충돌하는 “더 잘하고 싶다”는 갈망과 “그만 쉬고 싶다”는 무기력은 나약함이 아니라 살아 있음의 증거다.

감정은 흑과 백처럼 나뉘지 않는다. 삶은 언제나 그 사이, 회색지대에서 진동한다. 심리학은 이 모순을 성숙한 자아의 조건으로 본다. 좋은 감정만을 선택하려는 사람은 균형을 잃기 쉽고, 상반된 감정을 인정하고 품는 사람은 더 유연하고 단단해진다. 우리는 치열하게 살아야만 의미 있는 삶이라고 배워왔다. 하지만 윤홍균은 묻는다. 그 치열함은 정말 당신의 목소리인가? 삶은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질 때 위험하다. 무조건적인 전진도, 끝없는 정지도 삶을 무너뜨릴 수 있다. 적당함. 그것이 삶을 오래 끌고 가는 지혜다.

우리는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존재가 아니다. 일과 쉼, 긴장과 이완, 성취와 포기 사이를 오가며 자기만의 리듬을 만들어가는 존재다. 그 균형을 감당하는 힘이 바로 ‘마음 지구력’이다.

윤홍균은 말한다. “아침엔 열심히 살아도 좋다. 하지만 저녁엔 반드시 나를 쉬게 해야 한다.”

쉬지 않고 달리는 삶은 탈진을 부르고, 멈춰 선 삶은 방향을 잃는다. ‘마음 지구력’이란 흔들리지 않는 강인함이 아니라, 흔들려도 끝내 무너지지 않는 복원력이다. 억지로 참는 인내가 아니다. 내 안의 두 목소리를 모두 들으며 그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가는 지혜다. 양가감정을 인정하는 순간, 우리는 조금 더 인간답고 부드럽게 살아갈 수 있다.

삶은 복잡한 감정의 합주다. 억누르기보다 조율하며 살아가야 한다. 그 소리에 귀 기울이며 나만의 리듬을 찾는 것이 진짜 삶의 태도다. 치열함만으로는 삶을 지속할 수 없고, 쉼만으로도 완성될 수 없다. 결국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그 사이를 유연하게 오가는 지혜롭고 지속 가능한 마음의 체력이다. 그것이 바로 지금,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마음 지구력’이다.

정안태 '오늘하루 행복수업' 저자·울산안전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