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관세폭탄 울산 자동차 산업 ‘무관세 호기’ 끝났다
미국과의 자동차 관세 협상이 타결되면서 울산의 자동차 산업이 다시금 벼랑 끝에 몰리게 됐다. 한미 양국은 지난 30일, 한국산 자동차에 일본산과 동일하게 15%의 품목관세를 부과하기로 합의했다. 이로써 2011년 한미FTA 체결 이후 성장가도를 달려온 울산의 자동차 산업은 ‘무관세 시대’에 종지부를 찍고, 일본산에 비해 불리한 가격 경쟁에 직면하게 됐다.
관세 협상 결과 한국산 자동차의 관세는 0%에서 15%로 상승한 반면, 일본산은 2.5%에서 15%로 오르며 두 나라 간의 관세 갭 차이가 줄어들었다. 더 큰 문제는 미국 현지화 비율에 따른 가격 경쟁력 격차다. 일본의 완성차 업체들은 미국 내 현지 조립 비율이 90% 이상인 반면, 현대차와 기아차의 현지화 비율은 40%로 낮다. 이로 인해 일본산 자동차는 대부분 무관세로 미국 시장에 판매되는 반면, 한국산 자동차는 10대 중 6대가 15%의 고율 관세를 부담해야 한다. 일본산과 비교해 불리한 조건에서 경쟁을 벌이는 구조가 되어버린 것이다.
KB증권과 한화투자증권은 현대차와 기아에 약 5조3000억원에서 5조6000억원의 추가 관세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대당 약 500만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는 계산이다. 이런 우려로 30일 현대차와 기아 주가는 급락한 반면, 일본 완성차 주가는 두 자릿수 급등했다. 투자자들이 일본 완성차 기업에 유리한 협상이라는 평가를 내린 것이다.
이번 관세 협상 타결로 울산의 자동차 산업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액 중 울산의 자동차 수출액은 150억 달러로, 전체의 43%를 차지했다. 그러나 15% 품목관세 부과로 작년 기준 연간 약 22억 5000만달러(약 3조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울산의 자동차 수출 경쟁력은 크게 약화될 것이 자명하다.
한미FTA 체결로 울산의 대미 자동차 수출은 2011년 42억달러에서 지난해 150억달러로 2.6배 성장했다. 그러나 15% 관세로 대미 자동차 수출이 수월하지 않게 되었다. 되돌아보면, 제로 관세 혜택을 받은 한미FTA가 울산 자동차 산업에 있어 최대의 호기였던 것이다.
자동차 부품 산업의 부품 전환과 수출 다변화, R&D 연계 정책 등 정밀한 산업 생태계 전략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우물쭈물하다가는 ‘자동차 메카’라는 명성을 잃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