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우의 新우시산국(20)]‘반구천의 암각화’ 인위적 훼손 막아야
요즘 울산은 도시 전체가 ‘반구천의 암각화’ 이야기로 들썩거리고 있다. 거리마다 ‘유네스코 세계 유산 등재’를 축하하는 현수막으로 도배를 하고 있다.
1971년 문명대 교수가 반구대 암각화를 처음 발견한 이후 55년만에 이뤄진 역사적인 일이다. 반구천 암각화는 1965년 인공의 사연댐이 축조된 이후 1년에 수개월씩 물에 잠겨 침식과 훼손이 반복돼 왔다. 앞으로 사연댐에 수문이 설치되면 반구천의 암각화 침수 수위가 53m로 유지돼 침수에 따른 훼손을 막을수 있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스럽다.
하지만 세계유산 등재로 유명세를 타면서 앞으로도 반구천 암각화에 대한 인위적 훼손이 잇따르지 않을까 내심 걱정이 앞선다. 지난 반세기동안 반구천 암각화는 많은 수난을 겪었다. 반구대 암각화가 발견된 이후 전국의 대학과 박물관, 미술관에서는 반구대를 방문해 며칠씩 머물면서 탁본 작업을 벌였다. 탁본 과정에서 지지대를 설치하고 쇠말뚝을 박으면서 암각화 훼손이 자행됐다.
필자가 실제로 20여년전에 직접 목격한 일이다. 당시 문화재청 직원들은 암각화를 3D 입체 촬영을 했는데 건설 공사 현장의 지지대가 너무나 허술하게 만들어졌다. 지지대 설치를 문화재청이 아닌 전문성이 떨어지는 진입로 공사를 하던 업체에 맡겨 암각화 바위 일부가 파손되는 결과를 낳았다.
이외에도 정권이 바뀔 때 마다 수많은 고위 관료들이 앞다투어 반구천의 암각화를 방문하면서 가까운 곳까지 접근해 훼손에 영향을 끼쳤다. 28억원의 혈세를 낭비시킨 가변형 임시 물막이 댐 건설 과정에서도 분명 훼손이 진행됐을 것이다.
반구천의 암각화를 세계적 관광명소로 성장시킬 계획이지만 현지 상황은 녹록지 않다. 암각화 박물관까지 가는 진입 도로는 대형버스 진출입이 쉽지 않을 정도로 비좁고 주변에는 여러채의 민박용 펜션이 운영중에 있다.
반구대 암각화는 태화강의 지류, 대곡천 중류의 암벽에 위치해 있는데도 대곡천 암각화가 아닌 반구천의 암각화로 명명한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다.
침식과 풍화 등 자연적인 요인보다 사람들의 발길과 손길로 인한 암각화 훼손을 막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세계유산 등재로 관심이 높아진 시점에서 침식된 암각화 부위를 어떻게 잘 보전하는가의 문제가 숙제로 남아있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반구천의 암각화를 잘 보전해 후대에 전하는 일은 이제 기성세대의 몫이 되고 있다.
이달우 전 UBC 울산방송 보도국 선임기자·다루미디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