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ETRI 동남권 연구본부, R&D도시 울산 마중물 되길
울산 다운 혁신융합지구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동남권 연구본부 유치가 임박했다. 울산, 부산, 경남 3개 시도는 지난 10여년 간의 치열한 경쟁을 마무리 짓고, 최근 ETRI 동남권 연구본부 울산 설립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ETRI 동남권 연구본부 유치가 확정되면 전통적인 생산기지 역할을 해온 울산의 주요 산업에 정보통신 기술을 접목시켜, 미래 스마트 도시로 거듭날 전환점이 될 것이다.
울산시는 부산시, 경상남도, 한국전자통신연구원과 함께 동남권 연구본부 울산 유치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이를 ETRI 본원에 제출했다. 부산과 경남이 10여년 간 이어진 경쟁 관계를 마무리하고, 결국 울산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번 결정은 단순한 R&D 기관 유치 경쟁을 넘어서, 공동 협력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국책 연구기관의 균형적인 분산을 이끌어내고, 지역 산업의 첨단화를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를 지닌다.
ETRI는 조만간 동남권 연구본부 설립을 위한 ‘지역조직 설치·운영 계획’을 수립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과기부는 이 계획을 바탕으로 설립 타당성을 검토하고, 타당성이 확인되면 관련 절차를 거쳐 빠르면 내년 하반기 중 울산 연구본부 설립이 최종 확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상 울산 설립을 위한 조직 계획과 타당성 절차만 남은 셈이다.
ETRI는 정보통신, 전자, 방송 분야의 첨단 기술을 개발해온 국내 최대 ICT 국책 연구기관이다. 현재 수도권, 호남권, 대경권에 각각 지역본부를 운영 중이지만, 동남권에는 아직 본부가 없다. 울산에는 ETRI 울산연구소가 있지만, 그 규모와 기능에는 한계가 있다. 동남권 주력 산업은 디지털 전환과 탄소중립이라는 산업 패러다임 전환기에 직면해 있으며, 이로 인해 미래 지속 가능성에 위협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ETRI 동남권 연구본부가 설립되면, 주력 제조업에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접목하고 융합해 고도화하는 혁신의 거점 역할을 할 수 있다.
일례로, 조선해양플랜트에는 스마트 HSE 시스템과 자동화 설비, 자동차 분야에는 AI 기반 차량 제어 및 자율주행 기술을 접목할 수 있다. 화학·신소재 산업은 공정 최적화와 환경 대응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다.
ETRI 동남권 연구본부는 기업과 연구기관, 인재가 모여드는 R&D 중심 도시로 거듭나게 할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울산시는 타당성 조사 결과에 앞서, ETRI가 자리를 잡을 수 있는 준비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