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양날의 검’ 마스가 프로젝트, 울산 조선업 공동화 막아야
한국과 미국이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를 포함한 관세 협상을 타결하면서 울산 조선업이 변화와 위기가 교차하는 갈림길에 서게 됐다. 이 프로젝트는 미국 시장 진출 확대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중요한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국내 조선업의 경쟁력 약화와 지역 경제의 공동화라는 리스크를 함께 안고 있다.
‘마스가 프로젝트’는 한국이 1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통해 미국 조선산업 부활을 목표로 하는 대형 협력 사업이다. 한국 조선업체들은 미국 내 신규 조선소 건설, 인력 양성, 공급망 재구축 등을 지원한다. HD현대중공업의 조선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현지 조선 인력 양성을 담당한다. 용접 등 조선 기술 전문가를 미국으로 직접 파견해 교육하고, 미국 근로자들이 한국에서 인턴십을 수료하는 방안 등을 추진한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는 조선업에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장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클 우려가 있다. 미국 조선소의 현대화와 인력 양성이 진행되면, 지역의 일자리와 산업 생태계에 심각한 후폭풍이 발생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가장 큰 우려는 일자리 감소다. 대기업들이 미국 현지에 인력을 파견하고 교육을 진행함에 따라 울산 내 조선소의 인력 수요가 줄어들고, 고숙련 기술자들이 미국으로 이동하면 한국 조선업에서 고급 기술력의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 숙련 인력과 청년 인력의 해외 유출이 가속화돼 우리 조선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협받게 된다.
중국은 이를 두고 ‘위험한 거래’로 평가하며, 한국의 기술력과 금융 투자가 미국의 관세 인하와 맞바뀌는 고위험 거래라고 분석하고 있다. 한국의 생산 설비와 숙련된 인력이 미국으로 이전되면, 한국 조선업의 산업 공동화가 심화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우려를 해결하기 위해 마스가 프로젝트 지원법을 제정하고, 국내 조선소에 대한 투자를 의무화하며, 기술 유출 및 인력 유출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정부와 업계는 긴밀히 협력해 마스가 프로젝트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실질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10년 만에 간신히 불황의 터널을 뚫고 나온 울산 조선업이 슈퍼사이클의 끝자리에서 다시 날카로운 ‘양날의 검’ 끝에 올라선 형국이다. 혹여라도 트럼프의 관세 위협을 넘기려다, K조선업의 경쟁력과 일자리, 그리고 산업 생태계를 위협하는 ‘함정’에 빠지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