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기 위해서는
여름방학이 시작됐다. 2학기 준비를 위한 휴식의 시간이다. 하지만 담임교사로서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다. 1학기 동안 교과별 성취 기준에 도달하지 못한 학생들이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지역교육청에서는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기초학력을 진단하고 지도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 학생들을 대상으로 기초학력 진단검사를 시행하고, 기준 점수에 미달한 학생들에게는 분기별로 추가 검사를 시행하고 보충 지도를 실시하라는 지침이 학교에 전달된다. 제도만 보면 기초학력에 도달하지 못한 모든 학생이 선별돼 체계적인 지도를 받고, 결국에는 기초 수준에 이를 수 있어야 한다. 실제로 이 제도는 많은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으며, 학교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교사들도 많다. 그러나 모든 제도가 현장에서 완벽하게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우선 진단검사가 이뤄지는 초등학교 3~6학년과 중·고등학생의 경우 기준이 비교적 명확하지만, 초등학교 1, 2학년은 별도 검사 도구가 없고 담임교사의 관찰에만 의존해 보충이 필요한 학생을 선별한다. 이 경우 대부분 ‘한글 미해득’ 학생에 한정되며, 담임교사의 보충지도가 이뤄진다고 해도 예산 문제로 정해진 지도 횟수가 적어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별도의 보충학습 지원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하지만 이는 주로 경계선 지능이나 난독증 등 특수한 상황에 한정되며, 학부모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민감한 진단에 대한 부담이나 낙인에 대한 우려로 인해 신청을 주저하는 학부모들도 적지 않다. 결국, 기초학력 부진이 의심돼도 실질적인 지원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사례들이 반복되고 있다.
교사의 역할과 책임이 중요하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말라’는 구호가 온전히 교사 개인의 ‘헌신’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코로나19 당시에는 학습 격차 해소를 위해 보충지도에 대한 적극적인 권고와 함께 지도 수당도 충분히 지급되었지만, 코로나가 끝난 지금 관련 예산은 대폭 축소되었다. 현재는 실질적인 지원 없이, 교사의 ‘열정’만으로 아이들의 부진을 해결하라는 분위기다.
하지만 ‘직업윤리’나 ‘사명감’으로만 해결하기에는 현실이 녹록지 않다. 교사들은 정규 수업 외에도 수많은 행정업무와 학급 운영 업무를 감당해 내느라 방과후에도 여유롭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도 자발적으로 보충지도를 이어가는 교사도 있지만, 모든 교사에게 이를 일률적으로 기대하는 것은 교육의 지속가능성을 해치는 결과를 낳는다. 게다가 일부 학부모들이 아이를 남겨 보충지도를 하겠다는 제안을 오히려 불쾌하게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다. 이는 교사들의 자발적인 보충 지도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겠다’라는 구호가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제도와 예산이 뒷받침돼야 한다. 초등 저학년을 위한 객관적인 진단 도구를 마련하고, 부진 학생들에게는 충분한 지도 횟수와 시간을 보장하며, 교사의 잡무를 줄이고 합당한 지도 수당을 보장해야 한다. 그래야만 교사의 열정이 제도의 틀 안에서 온전히 발휘될 수 있으며, 기초학력 보장에 대한 책임 역시 교사에게 물을 수 있는 게 아닐까.
김보아 화진초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