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스마트폰 속에 갇힌 아이들, 통제 넘어 성장으로

2025-08-07     경상일보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의 약 40.1%가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에 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하루 평균 인터넷 사용 시간은 8.1시간에 달하며 이 중 상당수가 SNS와 영상 플랫폼 이용에 집중되어 있다. 같은 해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진행한 조사에서도 청소년 10명 중 7명이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고 싶지만 스스로 조절이 어렵다”고 응답했다. 디지털 기기는 이제 청소년에게 선택이 아닌 삶의 기반이자 관계의 매개체가 되었고 우리는 그 안에서 드러나는 불균형과 위험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 이렇듯 청소년 디지털기기 과의존은 단순한 사용 습관의 문제만은 아니다.

“핸드폰 없으면 죽을 것 같아요.” 어느 중학생이 한 이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스마트폰은 단순한 기기가 아니라 친구, 놀이터, 일기장, 교실, 심지어 ‘자기 자신’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 편리함의 이면에는 중독, 비교, 외로움, 수면 부족, 폭력 노출 등 수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어른으로서 우리는 어떤 방향으로 청소년과 디지털 사회의 관계를 재설계해야 할까?

최근 들어 정부와 국회는 뒤늦게나마 문제 해결을 위한 규제 마련에 나섰다. 청소년 스마트기기 및 SNS 중독 예방을 위한 법률 개정안이 발의되었고 일부 교육청에서는 학교 내 스마트폰 보관함 설치나 수업 중 사용 제한 규칙을 도입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바람직한 첫걸음이다. 그러나 법과 제도로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은 오히려 또 다른 위험을 불러올 수 있다. 억압적 규제는 청소년의 자율성을 무시하고 감시와 통제를 피해 더욱 은밀하게 기기를 사용하는 이중 구조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호주는 만 16세 미만의 SNS 계정 개설을 금지하고 위반 시 플랫폼 기업에 막대한 벌금을 부과하는 제도를 시행 중이다. 노르웨이와 프랑스는 SNS 사용 연령을 상향 조정하고 학교 내 휴대폰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플랫폼 기업들 역시 자율 규제 강화에 나서고 있다. 틱톡은 부모와 자녀 계정을 연동해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한 ‘세이프티 페어링’을 도입했고 유튜브는 청소년 대상 영상에 자동으로 ‘시청 중단 알림’ 기능을 적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메타(인스타그램)나 카카오도 청소년 보호를 위한 ‘비공개 계정 기본 설정’과 부적절 콘텐츠 자동 차단 기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까? 우선, 최소한의 법적 기준과 플랫폼 책임을 명확히 하는 것이 선결 과제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청소년이 왜 디지털 기기에 몰입할 수밖에 없는지를 이해하는 것이다. 청소년의 삶에서 디지털은 단지 중독의 대상이 아니라 정서적 결핍을 채우고 정체성을 확인하며 관계를 맺는 중요한 통로다. 따라서 규제와 동시에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학교 교육은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넘어 스스로 자신의 사용을 조절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예술 활동, 스포츠, 공동체 활동 등 오프라인 경험을 확장할 수 있는 지역사회 프로그램을 신설하거나 SNS 줄이기 캠페인, ‘디지털 금식 주간’처럼 청소년 스스로 참여하고 선택할 수 있는 유연한 프로그램도 필요하다. 부모와 교사, 지역사회가 함께 참여해 청소년과 디지털 사이의 균형을 함께 만들어가는 노력도 절실하다.

디지털은 사라질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야 할 환경이다. 우리는 청소년이 이 환경 속에서 길을 잃지 않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길잡이가 되어야 한다. 통제만으로는 미래를 만들 수 없다. 규제와 성장, 보호와 자율이 균형을 이루는 디지털 사회를 향한 지혜로운 논의가 지금 필요하다.

청소년의 삶을 제한하기 위한 규제가 아니라 그들의 가능성과 회복력을 키우기 위한 디지털 생태계 전환이 필요하다. 정책의 초점도 처벌과 억제가 아닌 예방과 돌봄으로 옮겨가야 한다. 기술의 진보만큼 사회의 책임도 함께 진화해야 한다. 이제는 청소년이 스마트폰을 손에 쥔 현실을 우려하기보다는 그 손을 잡고 함께 나아갈 수 있는 사회적 지원과 연대가 절실한 시점이다.

이미화 동의대 교직학부 교수 동의대메타버스교육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