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현대重 첫 MRO 수주, 울산 조선업 재도약 전기 되길
울산 조선업계에 마침내 MRO 수주 낭보가 전해졌다. HD현대중공업이 그토록 애타게 바라던 미국 해군 군수지원함 유지·보수·정비(MRO) 사업 첫 수주에 성공한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7월, 국내 최초로 미국 해군 함정 MRO 사업에 참여할 자격을 따낸 후, 잇따른 탈락의 수모를 딛고 세번째 도전 끝에 마침내 첫 수주에 성공했다. 이번 MRO 수주는 한미 양국이 최근 ‘마스가’ 조선협력 프로젝트를 포함한 관세 협상을 타결한 후 처음 나온 것이어서, 향후 K조선의 미국 시장 진출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중공업이 이번에 수주한 MRO 사업은 미국 해군 7함대 소속의 4만1000t급 화물 보급함, USNS 앨런 셰퍼드함의 정기 정비 사업이다. 오는 9월부터 울산 HD현대미포 인근에서 정비 작업을 시작해, 11월까지 미 해군에 인도된다. 미국 MRO 시장에 첫발을 내딛은 이번 수주로, 향후 추가 수주 가능성도 커졌다.
사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국내 최초로 미국 해군 함정 MRO 사업의 입찰 참여 자격을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 선점의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울산 조선소의 특수선 야드 가동 상황을 고려해 MRO 사업 입찰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러나 올해는 울산조선소의 4·5번 도크를 비워두고, 미 해군 MRO 사업에 본격적으로 도전하며 그 기회를 다시 잡으려 하고 있다.
반면, 현대중공업보다 한 발 늦게 미 해군 함정 MRO 입찰 자격을 획득한 한화오션은 지난해부터 적극적인 수주 활동을 펼쳤다. 그 결과, 올해까지 총 3건의 MRO 수주에 성공하며 시장에서 선점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연간 20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미 해군 함정 MRO 시장은 중국의 저가 공세에 밀리고 있는 국내 조선업체들에게 새로운 기회의 장이 될 것이다. 최근 미 의회에서는 외국 조선소가 해군 함정 건조를 맡을 수 있도록 허용하는 ‘해군 준비태세 보장법’과 ‘해안경비대 준비태세 보장법’ 개정안을 발의해, 더욱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첫 미국 해군 함정 MRO 수주는 울산 조선업계에 또 다른 중요한 먹거리를 확보하는 이정표가 될 것이다. 이를 계기로 미국 해군 MRO 시장은 물론, 미국 현지의 MRO 및 신조 사업으로까지 진출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혁신적인 기술 개발과 전략적 협력이 필수적이다. 현대중공업은 이번 MRO 수주가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을 반드시 입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