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구 취수원 또 미궁…울산 물 문제·암각화 보호 위태

2025-08-08     김창식
사연댐에 수몰돼 물고문을 겪고 있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반구대 암각화의 보존 문제와 울산의 맑은 물 공급 대책이 다시 불확실한 상황에 놓였다. 이재명 정부의 정책 기조 변화로 대구시의 취수원 이전 사업인 ‘맑은 물 하이웨이’가 원점으로 돌아가면서, 울산의 물 문제와 반구대 암각화 보존 문제도 다시 표류하고 있다. 갈팡질팡하는 정부의 물 관리 정책 변화로 세계유산과 함께 울산 시민들의 생명수 확보가 위태로워지고 있다.

대구시가 제안한 ‘맑은 물 하이웨이’ 사업은 대구와 울산의 용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대안으로 여겨졌다. 대구의 취수원을 안동댐으로 이전하고, 이전 취수원인 운문댐 용수(4만9000t)를 울산에 공급해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한 수위 조절과 울산의 부족한 물 문제를 해결하는 구조였다. 지난해 12월, 국가물관리위원회에 상정된 이 사업은 환경부가 대구·경북에 맑은 물을 공급하는 대안으로 확정할 계획을 발표하며 사실상 정부 사업으로 확정될 기세였다. 그러나 이 모든 계획이 이재명 정부의 기조 변화로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정부는 대구시의 새로운 취수원으로 해평취수장을 제시했지만, 지방자치단체 간 입장 차이가 커 접점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구미시는 해평취수장의 용량 한계를 이유로 구미보 상류로의 이전을 주장하는 반면, 상주시는 민간투자와 개발 사업에 제약이 생길 것을 우려하며 반발하고 있다. 취수원 다변화 방안이 변덕스럽게 변화하면서 지역 갈등만 심화되고 있는 형국이다.

대구 취수원 이전 사업이 표류하면 울산의 물 문제와 반구대 암각화 보존 문제도 다시 미궁에 빠질 수 있다.

울산은 ‘선 암각화 보존, 후 물 문제 해결’이라는 방안을 통해 많은 희생을 감수하고 있다. 현재 울산은 반구대 암각화 보호를 위해 하루 3만t의 물을 방류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사연댐 수문 설치가 완료된 후에도 댐 수위를 52m 이하로 유지하려면 추가로 1만9000t을 더 방류해야 한다. 장기적인 용수 수요를 고려하면 하루 8만 9000t의 운문댐 물을 공급받아야 한다는게 울산시의 입장이다.

세계유산을 물속에서 구해내는 것만큼, 울산 시민들의 먹는물 문제도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중대한 사안이다. 이제는 정부가 울산 시민과의 약속을 지킬 차례다. 물 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이고 즉각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물 문제가 표류하는 순간, 세계문화유산 보존 대책도 공염불에 그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