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수암로 포트홀은 울산 지반안전의 경고음이다

2025-08-11     경상일보

지난 8일 울산 남구 수암로 공업탑 로터리 방면 도로에서 지름 50㎝, 깊이 3m 규모의 포트홀이 발생했다. 노후 우수관의 파손으로 빗물이 토사를 씻어내며 상부 도로가 붕괴된 사고였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차량 통행이 많은 도심 도로에서 발생한 이번 사고는 울산시의 지반 안전 관리에서 허점을 드러냈다.

울산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발생한 지반침하 사고는 12건이며, 이 중 절반은 남구에서 발생했다. 남구 지역은 연약지반 비율이 높아 지반침하 위험이 매우 큰 상황이다. 특히 삼산동, 달동, 수암로 일대는 뻘층으로 구성된 지반이 많아 침하의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 수암로 일대는 2015년 국토교통부의 지반침하 취약지 조사에서 울산시가 제출한 10곳 중 하나에 포함됐지만, 이후 10년간 실질적인 구조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번 사고 역시 지반침하 위험에 상시적으로 노출돼 있는데도 조치가 제대로 취해지지 않은 결과인 셈이다.

땅꺼짐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는 노후 하수관로의 파손과 토사 유실이 결합된 사고가 많았다. 과거에도 2019년 삼산동 아파트 인근 도로 붕괴, 2021년 중구 성안동 싱크홀, 2023년 동구 방어동 하수관 파손 등이 유사한 사례다.

그러나 울산시는 지난해까지 완료한 지반탐사 구간이 고작 84.3㎞에 불과하다. 울산 전체 하수관로는 4726㎞에 달하고, 이 중 약 52%가 설치 후 20년 이상 지난 노후 배관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언제 어디서 하수관로 누수로 인한 땅꺼짐이 발생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시는 올해부터 지반 탐사구간을 474.7㎞로 확대한다고 발표했으나, 여전히 연약지반이나 노후 하수관로 위주의 선별 점검에 그치고 있다.

최근 집중호우의 증가도 땅꺼짐 위험을 더욱 키우고 있다. 짧은 시간에 많은 비가 내리면 노후 관로 틈새로 빗물이 스며들어 토사를 씻어내고, 도로 함몰 가능성을 높인다. 포장면이 얇거나 보수 흔적이 많은 구간은 집중호우 직후 위험이 더 커진다.

울산시의 지반 안전 관리 정책도 이제 예방 중심으로 전환돼야 한다. 점검 예산을 늘리고, 인공지능 기반의 지반 탐사 등 첨단 기술을 도입해야 한다. 또한, 위험 지역에 대한 우선순위를 설정해 하수관로를 단계적으로 교체하고 보강하며, 시민 신고가 신속히 현장 점검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조기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

도시 안전은 단기적인 점검에 그쳐서는 안 되며, 지속적인 관리와 예방이 필수적이다. 이번 수암로 사고를 계기로 울산시가 예방 중심의 기반시설 관리에 속도를 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