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폭우에 노출된 LPG통 ‘시한폭탄’

2025-08-11     주하연 기자
울산 시내 곳곳에서 안전 규정을 어긴 액화석유가스(LPG)통이 여름철 폭염과 폭우 속에 무방비로 방치되면서 시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폭염 때는 금속통 표면이 손도 대기 어려울 만큼 뜨겁게 달아오르고 장마철에는 빗물과 습기가 스며들어 부식과 누출 위험이 커지고 있지만, 점검과 단속은 사실상 멈춰 있는 실정이다.

지난 9일 찾은 울산 중구 복산동의 한 음식점 앞. 건물 바로 옆에 대형 LPG통이 놓여 있었으나, 보관함이나 안전 가림막은 전혀 없었다. 가스통 윗부분은 한낮의 강한 햇빛을 그대로 받고 있었고 장마철에는 빗물까지 고스란히 맞을 수 있는 상태였다. 이 위험물 바로 옆은 평소 손님 대기 공간으로도 사용되고 있었다.

인근 다른 상가 앞은 더욱 아슬아슬했다. 좁은 골목길 모퉁이에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 바로 옆에 LPG통이 붙어 있었다. 실외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고온의 바람이 가스통을 장시간 달굴 우려가 컸다. 폭염이 이어질 경우 내부 압력이 상승해 밸브나 호스가 파손될 우려도 크다. 게다가 금속배관 대신 낡은 고무호스가 연결돼 가스 누출이나 화재 등 각종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

남구 무거동의 한 빌라 1층 주차장에 놓인 LPG통 역시 직사광선과 빗물에 그대로 노출돼 있었다. 주변에는 잡동사니와 폐기물이 어지럽게 쌓여 있어 불씨가 튀면 순식간에 화염으로 번질 수 있는 환경이었다.

현행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에 따르면 100㎏ 이하 LPG통은 직사광선·눈·빗물에 노출되지 않고 환기가 잘 되는 장소에 두면 별도의 보관함 설치 의무가 없다. 또한 가스 누출 방지를 위해 금속 배관을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제대로 된 차양이나 가림막 없이 설치된 가스통이 많고, 금속 배관 대신 낡은 고무호스를 사용하는 경우도 흔하다.

특히 폭염과 폭우가 번갈아 드는 여름철에는 금속 부품이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며 연결 부위가 헐거워지고, 고무 재질은 갈라지거나 경화가 빨라져 사고 위험이 더욱 커진다.

이런 가운데 단속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단속은 한국가스안전공사가 아닌 지자체 소관이다.

한국가스안전공사 관계자는 “LPG통 설치 허가와 기술 자문 등은 공사가 맡고 있지만 단속 권한은 지자체에 있다”고 말했다.

울산의 한 지자체 관계자는 “LPG통 보관함 설치 의무 규정이 모호해 단속에 한계가 있다”며 “민원이 접수되면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인력이 부족해 선제적으로 소규모 상가나 주택가까지 일일이 점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전했다.

글·사진=주하연기자 joohy@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