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양성자 치료센터는 왜 필요한가

2025-08-12     경상일보

암은 인류가 맞서온 난공불락의 질병 중 하나로 현재까지 대표적인 치료법은 수술(절개), 항암제(약물), 방사선 치료가 있다.

방사선 치료에는 세기조절 방사선치료(IMRT:Intensity Modulated Radiotherapy), 3차원 입체조형 방사선치료(3D Comformal Radiotherapy), 입자선(Corpuscular beam) 치료 등이 있다. 이 중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치료법은 바로 입자선 치료이다.

기존의 방사선 치료는 암세포 뿐만 아니라 정상 세포에까지 영향을 미쳐 후유증을 유발할 수 있다.

반면, 입자선 치료는 입자빔이 인체 내의 정상 조직은 그대로 투과하고 암 조직에 도달하는 순간 폭발적인 에너지로 암세포만 타격하는 브래그 피크(Bragg peak) 특징이 있다.

그래서 ‘꿈의 암 치료’라 불린다. 입자선 치료에는 중입자나 양성자를 사용한다. 중입자 치료에는 대부분 탄소(C) 원자가 이용된다. 탄소 원자는 핵 안에 6개의 양성자와 6개 중성자가 있고, 핵 외부에는 6개의 전자가 돈다.

외부의 전자를 제거하고 남은 핵(양성자와 중입자)은 탄소 이온 입자가 되고 이 중입자를 빛의 속도 70% 수준으로 가속시켜 치료하는 원리이다.

양성자 치료는 수소(H) 원자를 이용한다. 수소는 원소 기호 1번으로 양성자 1개와 전자 1개로 구성된 우주 물질의 75%를 차지하는 가장 가벼운 원자다. 치료 원리는 중입자 치료와 동일한데 설치와 운영 비용이 중입자에 비해 적게 든다.

양성자 치료기는 해외 135곳에서 설치·운영 중이고, 국내는 2007년에 개소한 고양 국립암센터와 2016년 개소한 삼성서울병원 2곳에 있다. 중입자 치료 시설은 해외에 15곳, 국내에는 2023년 개원한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이 유일하다.

중입자 치료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데 비해, 양성자 치료는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양성자 치료 비용은 1회 20만원 정도이고, 중입자는 1회 5000~6000만원 정도로 매우 고가다.

양성자 치료는 주로 소아 종양, 간, 폐, 뇌와 중추신경계, 머리와 목, 전립선 등의 암에, 중입자는 전립선, 골연부, 두경부, 폐, 췌장 등의 암 치료에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양성자 치료는 그동안 많은 연구 사례로 안정성이 검증되어 있고 보편적 암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수소도시 울산에 ‘양성자 치료센터’가 설립되어야 하는 이유는 충분하다. 울산은 암 연령표준화 발생률이 타 시도에 비해 높은데, 방사선 치료 장비와 암 전문 의료기관이 부족해서 암 환자의 30%가 수도권을 이용하고 있다. 고령화 속도도 높아 암 발생 수요 증가를 대비한 전략적 투자도 필요하다.

2050년 암 발생자 수는 53.1%, 사망자는 124% 증가할 것으로 국제 암연구소는 전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울산에 양성자 치료센터가 도입되면, 지역 내에서 수술, 항암, 방사선 등 3대 암 치료 축을 모두 갖추게 되어 더 이상 수도권의 대형 병원을 찾지 않아도 된다.

양성자 치료센터는 단순한 치료 시설을 넘어 의료기기, 정밀 의료, 방사선 물리, 빅데이터, 인공지능 분석, 고급 의료 인력 양성 등 다양한 산업과 융합 연계될 수 있어 미래 산업 생태계에 광범위하고 혁신적인 변화를 불러올 것이다.

최근 완료한 타당성 연구 용역 결과 양성자 치료기 2기를 설치할 때 경제성(1.368)도 높게 나타남에 따라 중앙 부처에 국비 지원을 요청한 상태이다. 앞으로 지역 발전을 이끌 미래 첨단산업은 바이오산업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울산과학기술원(UNIST)과 울산대학교병원 등 지역의 의료 기술 자원을 활용한 AI·바이오헬스·게놈·정밀의료 등 융합 플랫폼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울산과학기술원에 과학기술의학전문대학원을 설립해 의사 과학자를 양성하고, 미래 의료 복지 모델인 커넥티드 케어(connected care)도 준비해야 한다. 최근 방문한 휴먼 디지털 트윈 기업 오프리메드는 AI를 활용한 가상 환자 생성으로 신약 임상실험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스타트업이다.

이러한 혁신기업 등과 협업으로 원격진료를 통해 가정에서 치료와 돌봄이 가능한 커넥티드 케어는 고령화 추세로 볼 때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양성자 치료센터’ 설립은 시민 건강을 지킬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 신성장 산업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안승대 울산광역시 행정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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