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사라지는 교육연수원의 새 시작
울산 동구 대왕암공원 한편에 자리했던 옛 울산시교육연수원이 올해 안에 모두 사라진다. 대왕암공원은 울산을 대표하는 천혜의 자연 명소로 푸른 바다와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이곳 한 켠에 자리 잡은 교육연수원은 1971년 준공돼 어느덧 반세기 가까운 시간을 견뎌왔다.
옛 교육연수원은 고 이종산 선생이 1947년 전 재산을 털어 동구 교육 발전을 위해 설립한 사립 방어진수산중학교가 전신이다. 이후 공립 방어진중학교로 개편됐고, 1998년에는 울산교육연수원, 2008년에는 울산시교육연수원으로 운영됐다. 하지만 세월의 흐름은 건물을 서서히 옥죄었다. 게다가 기능을 잃은 이후로는 방치돼 우범화 우려도 커져 대왕암공원의 맑고 아름다운 자연 환경과는 어울리지 않는 ‘흉물’로 전락하고 말았다.
대왕암공원 해안둘레길을 걷다 보면 수국정원을 지나 해안가로 향하는 길목에서 이 건물을 마주하게 된다. 철문은 닫혀 있지만 펜스는 낡은 밧줄로 고정된 상태라 마음만 먹으면 접근이 가능할 정도다. 이곳에서 만난 한 주민은 “아이들하고 산책하다가도 건물 앞에서는 걸음을 멈추게 된다. 옛날 연수원 시절이 떠오르기도 하고 이렇게 방치된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다”라고 씁쓸해했다.
지난해 울산시와 동구는 가장 규모가 큰 본관동과 화장실을 먼저 철거했다. 철거에 약 10억원의 예산이 투입됐지만 여전히 부속 건물 15채가 남아있다. 올해는 12억원의 시비를 확보하고 연내 모든 건물을 완전히 철거할 계획이다. 이는 지역사회의 오랜 숙원인 동시에 안전과 환경 모두를 고려한 현실적인 선택임이 분명하다.
철거가 끝난 이후에는 전체 부지의 약 절반에 달하는 약 1만2000㎡를 활용해 수국 등 다양한 초화류를 심고, 시민과 관광객이 자연 속에서 편안히 쉴 수 있는 생태공원을 조성할 예정이다. 기존의 아름다운 나무길과 자연 요소는 최대한 보존하겠다는 동구 관계자의 말처럼 옛 건물이 사라지고 새로운 자연 공간이 탄생하는 과정은 대왕암공원의 또 다른 역사로 기록될 것이다.
그렇지만 철거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과거의 흔적과 시간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낡고 낡은 건물이었지만 그 안에는 지역 주민들의 추억이 녹아 있다.
철거가 마무리된 후 새롭게 펼쳐질 생태공원이 대왕암공원의 자연미와 어우러져 모두에게 사랑받는 명소로 자리매김하기를 희망한다. 그 속에서 옛 교육연수원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이어져 새로운 세대에게는 또 다른 울산의 역사로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은정 사회문화부 기자 k2129173@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