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산업도시 울산, 폐암 조기진단 지역거점병원 역할의 중요성

2025-08-19     경상일보

울산은 자동차·조선·석유화학 등 중화학공업 중심의 산업도시다. 이런 산업 환경은 시민 건강에도 영향을 주며, 특히 폐 건강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이유가 많다. 실제로 울산은 고령화 속도가 빠르고, 과거 산업현장에서의 흡연 문화도 여전히 건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런 지역적 특성은 폐암 발생률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폐암은 우리나라에서 사망률 1위를 차지하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문제는 폐암이 조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어 대부분 병이 상당히 진행된 뒤에야 발견된다는 점이다. 폐의 깊은 부위에서 발생한 병변은 일반적인 영상 검사나 조직검사만으로는 접근이 어렵고, 이로 인해 진단과 치료가 지연되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최근 의료계에서는 ‘중재호흡기학(Interventional Pulmonology)’이라는 분야가 주목받고 있다.

중재호흡기학은 기관지내시경을 비롯한 최소침습 내시경 장비를 활용해 폐암을 조기에 진단하고, 경우에 따라 치료까지 수행하는 전문 분야다. 필자는 울산대병원 호흡기내과에서 이 분야를 전공하고 있으며, 최근 몇 년간 초음파 기관지경(EBUS), 경직성 기관지경, 내과적 흉강경 등 다양한 기술을 임상에 도입해 왔다. 그리고 올해 7월 국내 최초로 ‘로봇기관지내시경’을 이용한 시술을 성공적으로 시행하며, 진단의 정확도와 환자의 안전성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었다.

울산대병원은 이 기술을 중심으로 ‘로봇기관지경·호흡기중재센터’를 7월 중순에 개소했다.

이 센터는 로봇기관지경뿐 아니라 콘빔CT, 초음파 기관지경 등 다양한 진료와 치료를 한 공간에서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단순히 병변을 찾아내는 것을 넘어, 환자의 폐결절 위치, 크기, 폐 기능, 전신 건강 상태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별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진단 경로와 치료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첫 로봇 내시경 시술은 기존 장비로는 조직 채취가 어려웠던 폐 말단부 결절을 가진 70대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AI 기반 3차원 경로 탐색 기술과 콘빔CT 실시간 영상이 결합된 시스템을 통해 병변 중심까지 정확히 접근해 조직을 확보했고, 진단까지 당일날 신속하게 진행이 됐다.

이처럼 로봇팔 형태의 카테터가 사람 손보다 안정적으로 깊은 부위에 도달해 흔들림 없이 조직을 채취할 수 있다는 점은 기존 기관지경과 비교해 매우 큰 진전이다.

이 기술의 진정한 가치 중 하나는 진단을 넘어 ‘치료’로의 확장 가능성이다. 조기 폐암으로 진단되었더라도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가 있다. 고령, 폐기능 저하, 심장질환 등 다양한 이유로 수술이 어렵다면 기존에는 방사선 치료 외에 선택지가 거의 없었다. 그러나 로봇기관지내시경은 병변 위치를 정밀하게 고정할 수 있기 때문에, 향후 고주파 고온치료나 극저온 냉동치료 같은 비수술적 국소치료 기법과 결합해 새로운 치료법으로 발전할 수 있다. 진단-위치 고정-치료가 하나의 경로로 이어지는 시스템이 실현 가능한 시대가 열린 것이다.

울산대병원에서 이런 첨단 의료가 유일하게 가능하게 됨으로써 시민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역환자들의 가장 힘들어하는 수도권이나 대형 병원을 찾는 원정진료를 가지 않아도 울산에서 정밀한 폐암 진단과 고난도 시술이 가능해 진 것이다.

무엇보다 치료보다 중요한 것은 예방이다. 가장 확실한 폐암 예방법은 금연이며, 고위험군(55세 이상 흡연자 또는 과거 흡연자)은 2년에 한 번 저선량 흉부 CT를 통해 정기 검진을 받아야 한다. 조기 진단은 생존률을 높이고, 삶의 질을 유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앞으로도 울산대병원은 폐암 조기 진단의 새로운 길을 여는 병원으로서 나아가는 것은 물론, 울산의 유일한 상급종합병원이자 울산 시민의 생명과 건강을 책임지는 거점병원으로서 역할과 책무를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

이태훈 울산대학교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로봇기관지경·호흡기중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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