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늘어나는 노인 인구 속 깊어가는 무료급식소의 고민

2025-08-19     권지혜 기자

“노인 인구는 계속 늘어나는데 자원봉사자 수는 줄어들고 고령화 돼 걱정입니다.”

무료급식소 취재를 위해 찾은 학성경로식당에서 한 자원봉사자가 내뱉은 푸념이다. 이는 무료급식소의 현실을 그대로 나타내고 있다.

현재 울산의 무료급식소들은 폭염 속에 자원봉사자까지 감소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에어컨과 선풍기가 계속해서 작동하고 있지만 음식을 조리하며 생긴 열기로 봉사자들의 옷과 몸에는 땀이 가득하다.

당장은 운영에 별 무리가 없지만 몇년 뒤 지금의 자원봉사자들이 나이가 들어 더 이상 봉사하기 힘들어지면 그 자리를 누가 채울지 고민이 크다.

실제로 1365 자원봉사포털 자원봉사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울산의 자원봉사자 수는 76만141명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87만575명 수준을 여전히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자원봉사의 주력인 10대 및 3040 자원봉사자가 감소한 영향이다. 이들이 줄어들면서 울산 대다수 봉사단체의 평균 연령은 50~60대로 갈수록 고령화 되고 있다.

한 자원봉사자는 함께 일할 봉사자를 구하는 게 가장 큰 일이라며 일손이 정말 부족할 때는 은퇴한 자원봉사자들에게 연락을 돌릴 때도 있다고 토로했다.

이런 와중에 노인 인구는 늘어나면서 무료급식소를 이용하는 사람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학성경로식당만 해도 하루 평균 170~180명의 노인이 찾는다. 기초수급자는 무료로, 일반 노인은 2000원을 내고 식사한다.

이용자가 늘면서 업무 강도는 강화되고 있다. 폭염이 이어지는 요즘 같은 날씨에 빈혈로 쓰러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민간에서 운영하는 무료급식소들은 공공 무료급식소보다 상황이 더 열악하다. 이들은 물가 상승으로 급식 제공 횟수를 줄이거나 운영을 중단하는 등 삼중고에 빠졌다.

민간 운영 무료급식소 관계자는 후원금을 받아도 물가가 많이 올라 점점 더 운영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며 주변에서 운영하던 무료급식소들이 점차 문을 닫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령화 흐름 속 무료급식소들의 고민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지금 이 상태로 가다간 자칫 음식의 질이 떨어져 무료급식소를 이용하는 노인들에게 피해가 갈 수도 있다.

노인들에게 무료급식소는 사회와 소통하는 창구이자 하루를 살아가는 원동력이다. 자원봉사자 감소와 물가 상승이라는 이유로 노인들의 행복이 침해돼서는 안 된다. 무료급식소의 근무 환경 개선은 노인 복지 차원에서 필수적이다. 노인들에게 따뜻한 한끼를 정성껏 제공하는 무료급식소의 상황이 하루빨리 개선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권지혜 사회문화부 기자 ji1498@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