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군주의 배신 - 2장 / 포르투갈의 바탈랴 수도원(29)
“이제 조금만 더 고생하시면 됩니다. 일본국과의 교역은 물론 포교도 비교적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자비에르 신부님이 처음 일본국에 발을 디딘 이후 지난 40여 년간 우리는 일본국의 권력자들을 우리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고 이제 그 결실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그들은 상인 주앙 멘데스를 통해서 우리가 전해준 화승총을 개량해서 조총이라는 것을 만들었고, 그 총은 일본국의 권력지도까지 바꾸어 놓았습니다.
그러나 일본국은 동방삼국 중에서 가장 경제규모가 작은 나라로 우리가 그들과의 교역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이제 우리의 목표는 명과 일본의 사이에 있는 조선이라는 나라입니다. 조선국은 땅덩어리가 삼국 중에서 제일 작지만, 그 나라 사람들은 머리가 좋고 기술 또한 뛰어난 자들입니다. 조선의 도자기는 모든 국가 중에서 으뜸이라는 게 우리 상단의 공통된 견해입니다. 그런데 지금 조선은 쇄국정책을 쓰고 있어서 우리가 조선의 조정과 직접적인 통상을 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일본국으로 하여금 조선을 정벌하게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물심양면으로 그들을 도와서 조선이 그들의 속국이 되게 한 후에 조선에서의 모든 교역에 대한 독점권을 보장받아야 합니다. 조선의 도자기공들을 우리가 직접 고용하고 그들이 생산한 도자기들을 다른 국가에 가져다 팔면 우리는 막대한 이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의 주군 세바스티앙께서는 다시 이 나라의 국왕으로 복귀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주군께서 지금 어디에 계신지 코엘류 신부님은 알고 있습니까?”
“지금 이곳 포르투갈에는 안 계십니다. 명과 조선, 일본국과 가까운 곳에서 안전하게 계시며, 우리 상단은 그분의 실질적인 지시하에 움직이고 있습니다. 현 조정의 지시는 형식적으로 따르는 것일 뿐입니다.”
“조선에서 포교를 할 선교사는 누가 좋겠습니까?”
“조선의 문물에 대해서 많은 지식을 가지고 계시는 세르페데스 신부께서 나서 주셔야지요. 그렇게 해 주시겠습니까?”
“네, 저는 조선에 대해서 상당한 흥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맡겨 주신다면 해 보겠습니다. 저를 보좌할 수 있는 신부 다섯 명을 지원해 주실 것을 요청합니다.”
“그렇게 하세요.”
“저는 조일전쟁을 바라지 않습니다. 전쟁은 수많은 인명을 살상하게 되는데, 영문도 모르고 죽어갈 그 나라 사람들이 마음에 걸립니다.”
“프로에스 신부님의 마음은 이해합니다. 그러나 방법이 없습니다. 어차피 그 나라 백성들은 하느님을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전쟁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라도 포교를 해서 천국백성이 되게 하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글 : 지선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