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무아레 무늬 분자단위 제어기술’ 개발

2025-08-19     석현주 기자
모기장 격자 무늬가 어긋나며 생기는 간섭 패턴인 무아레(Moire) 무늬를 분자 단위에서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이 세계 최초로 구현됐다. 금속-유기골격체(MOF·Metal-Organic Framework)를 이용한 이번 성과는 신개념 나노 소자와 양자 물질 연구에 새로운 지평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UNIST는 화학과 최원영(사진) 교수팀이 18일 KAIST 김지한 교수팀, POSTECH 박선아 교수와 공동연구를 통해 MOF를 활용한 무아레 무늬 주기 제어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무아레 무늬는 격자의 상대적 배열을 바꿈으로써 새로운 전자적 성질을 지닌 양자 물질이나 나노 소자를 구현할 수 있는 핵심 원리다. 그러나 원자 배열은 고정돼 있어 기존 소재에서는 무늬의 주기를 자유롭게 바꾸기 어려운 한계가 있었다.

이에 연구진은 설계 자유도가 높은 MOF에 주목했다. MOF는 금속 이온과 유기분자가 그물망 형태로 결합한 나노물질로, 유기물의 종류와 길이에 따라 그물망의 간격과 크기를 조절할 수 있다. 연구팀은 지르코늄(Zr) 기반 초박막 MOF 층을 제작한 뒤, 이를 다양한 각도로 겹쳐 쌓아 무아레 무늬를 형성했다.

투과전자현미경 관찰 결과, 두 MOF 층의 회전각과 유기 분자의 길이에 따라 무아레 무늬의 형태와 주기가 달라지는 것이 실험적으로 확인됐다. 특히 두겹의 MOF 층을 30도 회전시켰을 때는 ‘스템플리 타일링(Stampfli tiling)’ 패턴으로 불리는 12각형 준주기적 대칭 구조가 나타났다. 이는 고딕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나 이슬람 건축의 아라베스크 장식에서 볼 수 있는 독특한 패턴과 유사하다.

연구팀은 이 무늬가 단순한 시각적 효과가 아니라 실제로 안정적인 구조임을 이론적으로도 입증했다. KAIST 김지한 교수팀은 분자동역학(MD) 시뮬레이션을 통해 회전각에 따른 MOF 겹층의 에너지 안정성을 분석한 결과, 일부 구조가 가장 안정적인 형태로 나타나 실험 결과를 뒷받침했다.

최원영 교수는 “MOF는 분자 단위 설계가 가능해 다이얼을 돌리듯 무아레 주기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다”며 “이번 성과는 트위스트로닉스(twistronics)와 차세대 양자 물질 연구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