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거제 ‘트럼프 모시기’ 경쟁

2025-08-19     석현주 기자
도널드

10월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국 대표 조선 도시들이 도널드 트럼프(사진) 미국 대통령 ‘모시기’ 경쟁에 돌입했다.

조선·방산 산업이 지역 경제의 핵심인 울산과 거제가 트럼프 대통령 방한을 산업 외교와 지역 경제 도약의 기회로 삼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울산, HD현대重 방문 유치 총력

울산시는 APEC까지 남은 두 달여 기간 동안 외교 채널과 산업계, 국회를 아우르는 전방위 활동을 이어간다고 18일 밝혔다.

지난해 말부터 외교 행보를 이어온 울산시는 국제관계대사와 투자유치과를 중심으로 APEC 워킹그룹 회의 유치 활동을 벌였으며, 각국 대사관을 직접 찾아 울산 조선산업을 알렸다. 특히 지난 3월 주부산 미국영사관을 방문해 놀란 바크하우스 영사에게 트럼프 대통령 초청 서한을 전달했다. 서한에는 울산의 경제적 중요성과 산업 경쟁력, 한미 산업 협력 가능성, 방산·해양안보 분야 협력 확대 의지가 담겼다.

이어 지난 13일 외교부 장관과 주한 미국대사대리, 여야 의원 등이 HD현대중공업을 방문했을 때도 트럼프 대통령 조선소 시찰 제안이 미측에 전달됐다.

업계는 트럼프 대통령이 울산을 찾을 경우 HD현대중공업이 건조 중인 차세대 이지스구축함(DDG-II) ‘다산정약용함’ 시운행 현장을 직접 확인하는 상징적 장면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울산은 거제보다 경주 APEC 본회의장과 가까워 방문 동선상에서도 유리한 상황이다. 이에 울산시는 경주와의 지리적 접근성도 강조할 방침이다.

울산시는 “외교부와 해오름동맹 차원에서 울산의 역할을 적극 건의했다”며 “실리형 계획을 수립해 APEC 특수를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거제, 한화오션 방문 카드 맞불

경남 거제시는 한화오션 방문 카드를 꺼냈다. 변광용 시장은 조만간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문을 제안하는 서한을 전달할 계획이다.

서한에는 △1998년 트럼프 대통령의 옥포조선소 방문 이후 조선소의 친환경·첨단 기술 도약 △미 해군 함정 정비사업(MRO) 수행으로 한미 방산 협력 강화 등의 내용을 담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1998년 방한 당시 옥포조선소를 찾아 직접 선박을 둘러본 뒤 대형 요트를 발주한 바 있다. 이후 26년 만에 한화오션은 미 해군 함정정비사업을 수주하며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입지를 넓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조선소 방문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울산과 거제 모두 지역 경제 파급 효과와 국제적 이미지 제고를 크게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조선 도시들의 물밑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일정이 철저히 보안 속에 운영되는 만큼 외교부와 청와대 차원의 조율 없이는 지역 차원의 초청만으로는 성사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울산시는 APEC까지 남은 두달여 기간 동안 전방위 활동을 이어갈 방침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조선·방산은 한미 협력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HD현대중공업 방문이 성사되면 울산은 물론 대한민국 조선산업 전체가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