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영의 컬러톡!톡!(43)]K팝 무대의 색채, K문화의 새언어

2025-08-20     경상일보

넷플릭스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41개국에서 1위를 기록하며 전 세계적 흥행을 달성했다. K-POP 아이돌을 소재로 한 최초의 해외 제작 애니메이션인 이 작품의 성공은, K-POP의 음악적 뛰어남 뿐만 아니라 K-Culture를 반영한 공연 무대의 색채가 특별한 소통의 수단으로 자리매김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BTS와 블랙핑크를 비롯한 K-POP 아이돌들의 무대는 단순한 음악과 퍼포먼스의 결합을 넘어, 색채의 언어로 전 세계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BTS의 무대는 보라빛 조명을 상징처럼 사용하며 청춘의 위로와 연대를 부각시킨다. 팬덤 ‘아미’가 흔드는 보라빛 응원봉의 물결은 무대와 객석의 구분을 허물고, 다양한 세대, 다양한 인종이 같은 색을 공유하는 공동체가 되는 장면을 만들어낸다.

블랙핑크는 강렬한 핑크와 블랙의 색채대비를 통해 자신감과 독립적인 여성상을 강조한다. 이 색채의 결합은 단순히 ‘예쁜 무대’가 아니라 여성 전 세대에게 자기표현의 심리적 상징이 되었다.

무대는 언제나 화려한 빛으로 기억된다. 강렬한 LED 스크린, 안무에 따라 변화하는 조명 연출, 그리고 화면을 가득 채우는 원색적 의상에 이르기까지, K-POP 무대의 색채 감각은 세계 공연예술의 새로운 미학을 수립했다. 최근 해외 뮤직비디오와 글로벌 페스티벌에서 K-POP식 색채 연출을 모방하는 사례가 잦아진 것은 우연이 아니다. 오늘날 무대의 색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다양한 세대가 자기 삶을 해석하고 공유하는 또 다른 언어이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성공은 이를 더욱 뚜렷하게 드러낸다. 애니메이션 속 아이돌 캐릭터는 현실 속 K-POP 아티스트들이 무대에서 구현해온 색채와 상징들을 차용해 세계의 팬들과 소통을 시도했다. 결국 이 작품을 시청한 수많은 사람들은 단순한 팬심을 넘어, 자신들의 삶 속에서 이 색채 언어를 차용하며 새로운 문화적 정체성을 만들어가고 있다.

색채는 언제나 시대를 반영한다. 20세기 초 미국의 로큰롤(rock ‘n’ roll)이 검은 가죽과 붉은 조명을 상징으로 삼았다면, 21세기 K-POP은 보라, 핑크, 네온 블루와 같은 색으로 채워지고 있다. 이러한 색채는 자유, 연대, 자기표현이라는 가치를 촉발시키는 에너지로 작동한다.

이제 K-POP 무대의 색채는 단순한 한국적인 특징이 아니다. 그것은 세대, 국적, 언어를 초월해 공유하는 글로벌 감각의 팔레트가 되었다. K-POP이 전하는 색채가 K-Culture의 새로운 언어가 되길 기대한다.

신선영 울산대학교 교수·색채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