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군주의 배신 - 2장 / 포르투갈의 바탈랴 수도원(30)
“지금 우리는 감상적인 것을 논하고자 이곳에 모인 것이 아닙니다. 일본국 권력자들을 좀 더 확실하게 포섭해서 조선과의 전쟁에 반드시 나서도록 해야 합니다. 그것을 할 적임자로 일본국의 상인출신 무장 고니시 유키나가가 있습니다. 또한 가톨릭신앙을 적대시하는 권력자라도 조선을 일본의 속국으로 만드는 일에는 반대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들에게는 조선의 앞선 도자기기술과 인쇄술을 들먹이면 마음이 동할 것입니다.”
“일본의 권력자들 중에는 조선의 발달한 문물을 숭상하는 자들도 있습니다. 그들은 조선과의 전면전을 원하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전원이 다 찬성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대세의 흐름은 막지 못합니다. 다수가 조일전쟁을 찬성하게 만들면 되는 것입니다.”
“일본이 혹할 수 있을 만큼의 전쟁물자를 지원하려면 우리의 출혈도 클 것입니다.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합니다. 일본이 조선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하더라도 우리가 조선도공들을 고용해서 도자기를 생산할 시설과 그들에게 지불할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지 않으면 죽 쑤어서 개를 주는 꼴이 될 것입니다.”
“맞는 말입니다. 향후 몇 년간은 더욱 허리띠를 졸라 매고 자금을 확보하는 데 다 함께 힘을 보태야 합니다.”
“일차적인 목표가 달성되면 다시 이차적인 목표를 설정할 것입니다. 우리의 최종목표는 조선에서 일본의 세력을 몰아내고 조선국을 우리의 식민지로 만드는 것입니다. 지금은 일본이 우리의 우방이지만 적으로 맞서서 싸워야 할 날이 올 수도 있으니 일본국에 대한 세세한 부분까지 밀정을 파견해서 파악해 두어야 합니다.”
이들 오 인의 신부들은 예수회 소속의 가톨릭 신부이기도 하지만 세바스티앙을 추종하는 세바스티앙 주의자들이기도 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전쟁을 마치 소꿉놀이하듯이 얘기하고 있다.
잠시 후에 화려한 의상을 입고 값비싼 보석 목걸이를 한 복면의 부인이 등장했다.
“저는 여러분들을 믿습니다. 지금은 우리가 에스파냐의 섭정을 받고 있지만, 그들로부터 독립해서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는 날이 올 것입니다. 여러분들의 노고를 조국은 결코 잊지 않을 것입니다. 이후로는 영원토록 후손들이 여러분들을 기억할 것입니다. 부디 힘내시고 조금만 더 열성적으로 헌신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귀부인 옷차림을 한 여인은 이 한마디를 하고 조용히 사라졌다. 오 인의 신부는 일어서서 목례로 그녀의 퇴장을 배웅했다.
이들의 모임이 있은 뒤 8개월이 지난 1586년 3월에 히데요시는 선교사 가스파르 코엘류에게 조선 침공계획을 알리고 지원을 요청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요청한 것은 최고 성능의 병력수송용 선박 2척과 수백 명의 승조원이었다. 결국 히데요시는 예수회 신부들이 공작한 대로 조선침공을 구체화하기 시작했고 포르투갈의 힘을 빌리려고 손을 내민 것이다. 코엘류는 즉각 화답했다. 히데요시가 요구한 것 외에도 식량과 화약 등을 추가로 제공하는 대신 조선에서의 포교와 무역독점권에 대한 것을 서류로 보장해 달라고 요청하였다.
글 : 지선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