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생산 25% 감축만이 살길
글로벌 공급과잉으로 인한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정부 주도의 산업 구조 개편이 첫발을 뗐다. 현재 총 1470만t인 국내 NCC(나프타분해시설)의 25%에 달하는 370만t을 감축하는 것이 골자로, 울산에서도 SK지오센트릭과 대한유화가 참여하는 가운데 이를 발판으로 울산 석화산업이 재도약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부는 20일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구조 개편 3대 방향’과 ‘정부지원 3대 원칙’을 밝혔다.
세부적으로 개편 방안은 △과잉 설비 감축·고부가 스페셜티 제품으로의 전환 △재무 건전성 확보 △지역경제·고용 영향 최소화, 지원 원칙으로는 △3개 석유화학 산업단지 구조 개편 동시 추진 △충분한 자구노력·타당성 있는 사업재편계획 마련 △정부 종합지원 패키지 마련 등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NCC 용량은 울산을 비롯해 여수·대산을 포함해 총 1470만t이다.
울산은 SK지오센트릭이 66만t, 대한유화가 90만t 등 총 156만t이다. 여기에 내년부터 S-OIL ‘샤힌 프로젝트’가 가동되면 추가로 180만t이 늘게 된다.
이날 석유화학업계도 정부의 구조 개편 방향·지원 원칙 발표에 발맞춰 구조적 불황을 극복하고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석유화학산업 재도약을 위한 산업계 사업재편 자율협약’을 체결했다.
울산에 사업장을 둔 SK지오센트릭·대한유화·S-OIL을 비롯해 LG화학·롯데케미칼·한화토탈·한화솔루션·DL케미칼·GS칼텍스·HD현대케미칼 등 10개사가 참여했다.
이날 협약으로 석유화학 업계는 산업계 자율 컨설팅 결과를 반영해 △270만~370만t 규모의 NCC 감축 △고부가·친환경 제품으로의 전환 △지역경제·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 최소화 등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기업들은 협약을 토대로 연말까지 설비 감축·고부가 전환을 통한 경쟁력 강화, 재무구조 개선 등을 포함하는 사업재편계획을 마련하기로 했다.
앞서 울산에서 NCC를 갖춘 SK지오센트릭과 대한유화는 업황 불황이 지속되자 지난해부터 자체적으로 불황 타개를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해왔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방안은 도출하지 못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울산시도 노사민정협의회 차원에서 SK지오센트릭과 대한유화 노사가 함께 참여하는 노사협의회를 꾸리고 조만간 협의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기업 간 협약과 정부의 개편 방향 등으로 구조적 전환기를 맞은 석유화학업계가 사업재편 의지를 밝히고, 구조 개편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다만 당장 첫발은 뗐지만, 향후 구체적인 추진에 대해서 업계는 신중한 모양새다. 실질적으로 생산량 감축을 위해서는 공정거래법과 독과점 문제 등 고려해야 할 측면이 산재해서다. 특히 업체별로 단순히 생산량을 줄이는 방식만으로는 경쟁력을 높이는 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방향성을 제시한 만큼 업계가 전체적으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면서 “구체적인 방안은 기업별로 여러 방면으로 깊이 있게 살펴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내 NCC가 공급과잉 상태인 것은 모두가 인정하고 있고, 향후에 중국·중동 등과 원가 측면에서 경쟁력에 한계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이에 앞으로 나아갈 방향은 다운스트림의 고부가가치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라는 점에서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정혜기자 sjh3783@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