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호황 무색하게 동구 고용지표 역주행
최근 들어 수주 ‘잭팟’을 터뜨리며 모처럼 조선경기 호황세를 누리고 있는 지역이 울산 동구다. 하지만 고용, 실업 등 주요 경제활동 지표를 살펴보면 그야말로 ‘빛좋은 개살구’라는 시각이 나온다.
울산 동구 지역의 실업률은 전국 최고 수준으로 치닫고, 고용률은 평균 이하 수준이다. 이에 따라 연령별·산업별로 보다 세밀한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5년 상반기 지역별 고용조사 시군구 주요 고용지표’에 따르면, 울산 동구 실업률은 5.7%로 전국 최고 수준이다. 동구와 비슷한 실업률을 보인 지역은 서울 금천구(5.5%), 인천 미추홀구(5.4%) 등이 있다. 울산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실업률이 증가한 곳도 동구뿐이다. 지난해 상반기 5.6%였던 동구 실업률은 올해 0.1%p 오른 것은 물론 유일하게 5%대를 기록했다. 반면 중구는 4.4%→4.1%, 남구 4.5%→3.5%, 북구 5.0%→3.8%, 울주군 4.7%→4.0% 등으로 4곳 모두 지표가 개선됐다.
이처럼 동구가 ‘실업률 최악’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배경에는 ‘조선업 원툴(one-tool) 산업기반’이 자리한다는 시각도 있다.
비교적 고용 안정성이 높은 조선소 직영 근로자 일부는 다른 지역에 거주하면서, 실제 통계에 잡히는 다수는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인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 동구 취업자 7만7000여명 중 동구 내로 통근하는 인구는 무려 5만6000명(72.8%)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거주지 내 통근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가장 낮은 중구(35%)와는 2배 이상 차이나는 셈이다.
이들은 조선 수주 물량이 줄면 곧바로 고용 불안에 직면하는 만큼, 동구 고용지표의 취약성을 키우는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동구 취업자의 49.9%가 광·제조업에 종사해 특·광역시 중 제조업 의존도가 가장 높았다. 직업별로는 기능·기계조작·조립 종사자 비중이 45%에 달했다. 울주군이 광·제조업, 공공서비스 등 비중을 늘려 산업 다변화 양상을 보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사실상 조선업 원툴 구조가 유지되는 셈이다.
여기다 조선업 호황으로 구직 여건이 개선됐지만 그만큼 취업 경쟁이 거세져 실업이 증가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동구는 지난 2015년 조선업 불황으로 대규모 실직 사태를 겪으며 2018년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됐다. 지정 기간 동안 고용유지지원금, 재취업 훈련 등 단기 처방으로 실업 충격은 완화됐지만, 2022년 말 지정 해제 이후에도 구조적 개선은 미흡했다. 결국 올해 상반기 지표는 다시 전국 최하위권을 기록하며 ‘위기 해제=극복’이라는 공식이 성립되지 않음을 보여줬다.
이 때문에 지역에서는 고용위기지역 지정이 단기 처방에 머물렀다는 비판이 나온다. 조선업 경기에 따라 고용이 널뛰는 구조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과거 수리조선업 쇠퇴로 산업 기반을 잃고 인구가 빠져나간 통영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더 큰 문제는 동구의 지리적 한계다. 다른 지역과 달리 유휴부지가 없어 대규모 산업단지를 조성하기 어렵다. 신규 일자리 창출 기반이 취약한 구조에서 지역은 현재 남목산단 개발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남목산단은 현재 전기차 부품과 수소연료전지 제조업체 등이 입주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 만큼, 동구의 조선업 원툴 산업 기반에서 다양한 기반으로 체질 개선에 탄력이 붙고 있는 점은 낙관적이다.
동구의 고령층(65세 이상) 고용률은 23.4%로 전국 특·광역시 중 최저 수준이다. 농림·어업 숙련 종사자가 많아 고령층 고용률이 울산에서 가장 높은 울주군(38.6%)과는 15.2%p나 차이난다.
강동효 동구의원은 “조선업이 살아날 때마다 일자리가 되살아나는 구조에 안주한다면 불황 때마다 실업률은 다시 전국 최악으로 추락할 것”이라며 “‘산업 기반 붕괴→고용 위기→인구 감소’의 악순환을 막으려면 남목산단, 미포산단을 기점으로 산업 다변화와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에 맞춰 정주여건 개선, 제2염포산터널 등 교통체계 개편도 적극적으로 검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상민기자 sm5@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