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AI 액션 플랜 행간 읽기
미국의 인공지능 실행 계획(America’s AI Action Plan)은 인공지능 분야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유지하고 주도권을 강화함으로써 그 혜택을 미국의 기업들과 소비자들이 누리게 하기 위해 미국 정부가 지난 7월23일 수립한 종합적 국가전략이다. 이번에 공표된 전략의 내용을 살펴보면 미국 정부가 AI 관련 정책 목표에 얼마나 진심인지를 실감하게 된다.
이 계획은 크게 AI 분야에서의 혁신을 가속하고, 미국 내 AI 기반시설을 건설하며, 국제적인 AI 외교 안보를 주도하겠다는 3가지 정책 목표와, 이를 달성함에 있어 반드시 준수해야 할 3가지 기본 원칙, 즉 AI 국가전략 수행에 미국의 노동자들이 소외되지 않고 역할을 담당할 것과, AI 개발과 관련한 이념적 중립을 유지할 것, 그리고 AI로 인한 리스크를 예방하는 데 필요한 조치들을 강구할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AI에 있어 주도권을 갖고 있지 못한 유럽연합이 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었던 일이 지난해 8월 규제 중심의 AI 법을 제정하는 것에 머무를 수 없었던 점을 생각하면, 이미 인공지능 전 분야의 산업을 선도하는 기업들을 가지고 있는 미국에서 이 주도권을 국가 차원으로 끌어올리고자 하는 이번 계획은 다른 나라 정부들로서는 시도해 보기조차 어려운 규모와 내용들로 가득하다. AI 개발자들과 산업 참여사들로서는 규제 샌드박스나 오픈 소스 및 오픈 웨이트 AI 모델을 사용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직접 수혜를 누릴 수 있을 것이고, 이로 인해 추가된 경쟁우위는 해당 기업들이 미국 외 시장에 진출하는 경우 통상적으로 마주치게 되는 현지 규제를 미 정부가 천명할 AI 동맹 전략에 힘입어 회피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 기회로 고스란히 이어질 수 있다.
여기까지만 설명을 들으면, 이번 계획으로 드러난 미국 정부의 의도는 미국 내 AI 산업에 일종의 특혜를 주겠다는 것이라고 이해되기 쉽다. 그러나 이는 두 가지 측면에서 사실과 다르다. 우선 이번 계획은 모든 미국 내 구성원들의 총의(總意)를 반영하고 있지 않다. 국내에서는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한 뉴스이나, 지난해 5월, 미국 콜로라도주는 최초로 AI 도입이 초래할 리스크를 규제해 관련 서비스를 누리는 소비자를 보호하려는 목적에서 AI 법을 제정해 내년 2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캘리포니아주는 AI 모델 학습에 사용된 데이터를 공개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법(AB 2013)을 제정한 바 있다. AI 산업에 대해서도 윤리와 소비자 보호라는 공통적인 규제를 시킬 것을 주정부 차원에서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규제 총량의 관점에서 보면, 관련 산업에 참여하는 국내 기업들로서는 미국 내 고객사의 발주 사업에 응찰시 규제가 줄어드는 게 아니라 이전에 없던 규제가 새로이 늘어난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미국 내 인프라 사업에 참여한 기업들이라면 현지 직원을 고용하거나 자사 직원을 파견함에 있어 차별 금지법(Executive Order 11246)이나 위구르 강제노동방지법(UFLPA)을 준수해야 한다는 계약조건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번 계획은 연방정부에 AI 모델을 판매하려는 개발자들에게 이념적 편향성이 제거된 상품임을 증명할 것을 요구할 수 있으며, 해당 기업들은 같은 의무를 자사의 공급망에 참여하는 기업들에게 동일하게 요구할 수 있다. 또한 미국의 노동자들이 AI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한다는 기본 원칙은 기업들에게 AI로 인한 산업 전환에서 기존 방식으로 일하는 노동자들이 변화된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보수 교육을 지원하는 등의 새로운 의무를 기업들에게 부과할 수 있다.
새로운 기술이 세상에 등장할 때마다, 사람들은 여러 의미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 그 기술이 초래할 변화에 주목하고 많은 주의를 기울였다. 그러나 모든 예상이 현실화한 것은 아니었다. 수년 전 많은 이들이 언급하던 4차 산업혁명이 지금은 그 실체를 의심받는 지경에 이른 것은 그 좋은 예이다. AI에 대해서도 같은 의심이 있다. 미국 정부의 이번 정책적 판단은 AI가 더 이상 거품이 아니며 공적 권능으로서 보호하고 지원할 가치가 있음을 비가역적으로 밝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준희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