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울산, 초고령사회 충격을 신산업 전환의 기회로 삼아야
울산이 초고령사회로 성큼 들어서고 있다. 2015년 10만명 수준이던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2025년 7월 기준 19만7000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고령자 비율은 18%에 이르고. 일부 구·군은 이미 20%를 넘어섰다. 통계청 전망에 따르면 2052년에는 전체 인구의 43%가 노인으로, 생산연령인구 한 명이 노인 한 명을 떠받쳐야 하는 1대1 부양 구조가 현실화할 전망이다. 산업도시 울산도 이제 고령화의 파고를 비켜갈 수 없다.
문제는 이 변화가 복지 차원에 그치지 않고 노동시장과 산업 전반을 흔든다는 점이다. 울산의 70세 이상 취업자 3명 중 1명은 보건·복지 분야에 종사한다. 이는 전국 평균보다 높은 수치다. 고령층 일자리가 요양보호, 간병, 재가서비스에 집중된 구조는 복지 수요 증가를 보여주지만, 동시에 고령 인력 활용의 다변화가 시급함을 말해준다. 타 지역이 경비·청소, 판매·서비스, 농어업 등 다양한 영역에서 고령층 참여를 끌어내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 같은 불균형은 울산 산업 구조와 직결된 과제다.
더 큰 문제는 제도적 기반의 부재다. 서울·부산·광주·경남·충북·제주 등 대다수의 광역지자체가 ‘고령친화산업 육성 조례’를 제정·운영하며 이미 실버 헬스케어, 디지털 돌봄 기술, 고령자 맞춤형 주거 등 분야에서 신산업을 키우고 있다. 울산은 뒤늦게 올해 연말까지 조례 제정을 추진 중이다. 늦었지만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이 조례안에는 산업화 기반 구축, 전문 인력 양성, 해외시장 진출 지원 등이 담길 전망이다. 이는 고령자의 삶의 질 향상뿐 아니라 지역 일자리 창출과 산업 다변화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 단순한 복지정책이 아니라 고령층을 ‘부담’이 아닌 ‘자산’으로 바라보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디지털 교육, 실버 창업, 민간기업 연계를 통해 고령층의 경제 참여를 확장한다면, 고령화 충격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바꿀 수 있다.
‘제조업 메카’ 울산이 초고령사회를 맞는다는 것은 단순히 인구구조 변화가 아니라 산업 경쟁력 자체의 위기를 뜻한다. 그렇기에 울산만의 고령친화산업 모델을 만들어내야 한다. 지역의 의료·복지 인프라와 제조 기술력을 결합해 새로운 융합 산업을 일으키고, 나아가 국가적 표준 모델로 제시할 정도의 비전이 필요하다.
조례 제정은 출발선일 뿐, 실행력 있는 전략과 민·관 협력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울산은 고령화 파고에 휘말려 경쟁 도시들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