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김정은도 만나달라”…트럼프 “올해 만나고 싶다”
오는 10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남북미 정상회담 성사 여부에 벌써부터 관심이 쏠린다.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첫 한미 정상회담에서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하는 북미대화 구상이 여러 번 거론돼 성사 가능성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김정은도 만나달라”고 제안하며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은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치켜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그것이 매우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추진할 것”이라고 답했다.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에선 “올해 그를 만나고 싶다”고 시점도 언급했다.
올해 중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마주할 수 있는 자리로는 10월31일부터 이틀간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가 꼽힌다. 아시아·태평양 일대 정상들이 모이는 다자 협력 회의체를 계기로 자연스럽게 다양한 양자 대화의 장이 열리는 행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시절이던 2018년 파푸아뉴기니 APEC 정상회의에 불참한 사례가 있으나 미국은 APEC에 대체로 대통령이 직접 갔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한미 회담에서 APEC 참여 의향에 대한 질문에 “갈 수 있다고 본다”고 답해 참석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김 위원장이 북위 38도선을 넘어 남쪽으로 내려올 것인지다.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APEC 참석을 전제로 김 위원장에게 어떤 형태로든 초청 의사를 전달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정상회담 후 언론 브리핑에서 APEC에 북한을 초청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온다면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는 게 어떻겠느냐고, 일종의 선후관계가 있는 제안이었다”고 답했다.
북한은 APEC 회원이 아니어서 원칙적으로 참석 대상이 아니지만, 의장국 주도로 회원 간 논의를 거쳐 비회원 자격으로 초청할지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만남의 장소는 여러 정상이 집결한 경주가 아니라 2019년처럼 판문점이 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 석좌는 트럼프 대통령이 APEC 계기로 방한할 경우 그가 판문점에서 다시 김 위원장과 만나려 할 가능성에 주목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으로는 최초로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북한 땅을 밟았던 2019년 6월 판문점 남북미 정상회담의 재현이 될 수 있기에 국제 문제 해결을 통한 성과 쌓기를 중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인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인 셈이다.
북한 김여정은 최근 “나는 우리 국가수반과 현 미국 대통령 사이의 개인적 관계가 나쁘지 않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고 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김여정의 발언을 거론하며 “미국 측의 제안 등을 기다리고 있다는 뜻으로 보였다”고 해석했다.
정부는 북미 대화가 남북 접촉과 별개로 먼저 이뤄져도 좋다는 입장을 밝혀온 만큼 가능하기만 하다면 APEC을 계기로 하는 북미 대화 성사를 위한 방안을 고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두수기자·일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