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의대와 법대만 남은 나라, 대한민국의 미래는 누가 만드나

2025-08-29     경상일보

지금 대한민국 교육의 지도 위에는 매우 불편한 경고등이 켜져 있다. 자연계 수재들은 거의 예외 없이 의대를 향하고, 인문계의 우수층은 법대로 몰린다. 돈과 권력이라는 단 두 개의 목표만이 교육의 나침반처럼 작용하는 이 기현상은 단지 일부 개인의 선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부모의 바람, 교육계의 전략, 사회의 기대, 그리고 국가의 방관이라는 네 축이 만들어낸 구조적 현실이다.

가정은 자녀의 안정된 삶을 원하고, 학원과 학교는 입시 실적을 위해 이를 부추기며, 사회는 “의대면 성공, 법대면 상류”라는 낡은 공식을 당연시한다. 국가는 이 흐름을 정책으로 제어하기보다, 조용히 묵인한다. 그 결과, 의대와 법대는 이제 계층 상승의 유일한 사다리로 간주되며, 실제로는 상위 10% 이내 계층만이 독점하는 ‘통행증’이 되었다.

하지만 이 경로는 더 이상 인재들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아니다. 의대를 나와야 돈을 벌고, 법대를 나와야 권력을 쥔다는 공식을 모두가 내면화한 지금, 교육은 더 이상 기회의 사다리가 아니다. 그 사다리는 이미 벽으로 변했고, 넘을 수 없는 경계가 되었다.

이 경고는 통계로도 뒷받침된다. 2024학년도 기준으로 의대 지원자는 전년 대비 약 29% 증가한 반면, 이공계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계열 지원자는 같은 기간 동안 28% 감소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의대 입학정원을 두고 한 정부와 의료계간 갈등에서 중요한 건 장기적으로 의사 공급 과잉과 지역·분야 불균형이라는 이중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필수의료 인력의 부족 현상은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소아과, 응급의학과, 산부인과 등 고위험·저수익 진료과목은 전공의 지원자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반면 성형외과, 피부과, 영상의학과 등 고수익 인기 과목에는 경쟁률이 집중된다. 이는 공공성을 기반으로 한 의료 체계를 위협할 뿐 아니라, 국민 건강 자체를 위협하는 구조적 위기다.

이처럼 우리 교육의 방향은 ‘지금 당장의 안정’에 모든 역량을 소모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전혀 다른 레벨에서 움직이고 있다. 칭화대는 2025년 US News 공학 분야 세계 1위를 기록했으며, 북경대, 푸단대 등도 각종 과학기술 랭킹에서 글로벌 톱 30에 진입했다. 중국 정부는 ‘쌍일류(Double First-Class)’ 정책을 통해 147개의 핵심 대학과 학과에 대대적인 국가 투자를 추진 중이며, 2030년까지 세계적 학문 선두권에 진입하겠다는 청사진을 실제로 가시화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교육 방식의 차이를 넘어, 국가 미래 전략의 수준에서 차이를 만든다. 한국은 개인이 원하는 ‘안정’을 위한 교육에 머물러 있지만, 중국은 국가가 필요한 ‘혁신’을 위한 인재 풀 확장을 추구한다. 한국은 과거형 가치에 자원을 집중하고, 중국은 미래형 산업에 투자하고 있다. 이 차이가 시간이 지날수록 국가 간 격차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다.

이대로 가면 대한민국은 두 방향 모두에서 추락할 수 있다. 첫째, 의사와 법조인만 가득한 사회에서 누가 기술혁신을 이끌 것인가? 누가 반도체를 개발하고, 누가 AI와 바이오산업을 주도하며, 누가 우주·로봇·신소재의 미래를 설계할 것인가? 둘째, 의사 과잉과 계층 고착이라는 부작용은 사회 전체의 활력 저해로 이어질 수 있다. 국민 대부분이 오르지 못할 사다리를 바라보며 좌절하는 사회는, 발전이 아니라 정체와 분열로 향한다.

이제 혁신이 필요하다. 혁신은 단순히 ‘조금 다르게 운영하는 것’이 아니다. 혁신이란 ‘모두를 근본부터 바꾸는 일’이다. 교육은 단선적인 레일이 아니라, 수없이 많은 골목과 길이 열려 있어야 한다. 의대와 법대가 아니라, 공대와 예술, 연구와 창업, 실패와 재도전이 존중받는 다채로운 생태계가 필요하다. 교육 혁신, 이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과연 지금부터라도 본질을 바꿀 수 있을까? 대한민국의 미래는, 그 질문에 달려 있다.

정은혜 한국지역사회맞춤교육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