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숙 시인의 월요시담(詩談)]김민지 ‘홀가먼트’
뼈가 보호하는 방식
살이 보호하는 방식
털이 보호하는 방식
우린 그걸 어떻게 지켰나 싶어
시접이 없는 니트를 입은 듯
안감의 기분을 모른 채
솔기솔기
꿈에서 꿰맨 잔상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함께하겠다
곁꾼으로서 할 일을 하겠다
약속을 하고
보풀을 떼서 뭉치고 놀았다
각자 몸에서 일어난 아주 작은 일이었다
“사소함으로 시작하고 끝나는 관계”
‘홀가먼트’는 봉제선 없이 한 벌의 옷을 통째로 짜내는 니트 의류 제조 방식이다. 솔기가 없어 착용감이 좋고 옷매무새가 매끄럽고 자연스럽다.
시는 ‘보호하는 방식’에 대한 나열과 의문으로 시작된다. 뼈, 살, 털은 우리 몸을 유지하고 보호하는 중요한 존재이다. 뼈는 견고하게 우리를 지지하고, 살은 부드럽게 우리를 품어주며, 털은 따뜻하게 우리를 감싼다.
하지만 우리는 그 모든 방식을 통해 자기 자신을, 혹은 다른 사람을 잘 보호하고 있을까.
가령 이런 인간관계를 의류에 비유한다면, 홀가먼트 방식으로 제조된 솔기가 없는 니트는 매끄럽고 좋아 보이지만 ‘안감의 기분’을 모르듯 존재의 깊숙한 내면의 모습을 알기 어렵다. 천과 천이 만나고 이어지는 솔기는 서로 교감하고 연결되는 관계의 접합 부분일 것이다. 배기고 불편하지만, 감정과 낌새를 알아채기 쉽다. 그래서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함께 하겠다는 연대 의식과 책임감을 발휘할 수 있다.
물론 그건 보풀을 뭉치고 노는 것처럼 사소하고 하찮은 것일 수 있다. 사실 모든 관계는 보풀처럼 작고 사소한 것에서 출발한다. 천의무봉 같은 홀가먼트의 니트도 한 올에서 풀리기 시작하고 마지막 한 올에서 아퀴를 짓는다. 송은숙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