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부산아재만 있나, 울산아재도 있다
프로야구 롯데자이언츠의 ‘울산 홀대’는 더 이상 새로운 주제가 아니다. 올해도 예외 없이 울산 지역 사회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거세게 터져 나오고 있다. 울산시와 롯데 구단이 지난 2011년 체결한 양해각서(MOU)에 따르면 1군 경기 6~9회, 시범경기 2회, 2군 경기 9회 이상을 울산에서 개최하기로 했지만, 협약은 매년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고 올해는 정도가 심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단순히 경기 수 부족에 그치지 않는다. 울산시는 혈세 450억원을 들여 문수야구장을 건립했다. 경기 유치 확대 조건으로 외야 잔디 전면 교체, 관람석 확충, 편의시설 개선까지 추진하며 구단의 요구에 맞춰왔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울산에서 열리는 롯데의 1군 경기는 매년 ‘최소치’에 불과하다. 심지어 지난해에는 혹서기 폭염으로 두경기가 취소되면서 네경기만 치러졌다.
올해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롯데는 울산시의 거듭된 요청에도 불구하고 9월23일과 25일 두 차례만 문수야구장에서 1군 경기를 치를 수 있다고 뒤늦게 회신했다. 시즌 대부분이 지나간 뒤 배정된 경기였다. 구단은 혹서기 안전 문제와 선수단 이동 부담, 입장권 수익 감소 등을 이유로 들었지만, 울산아재들은 “이거 먹고 떨어지라는 것 아니냐”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울산의 야구 열기를 고려하면 이러한 홀대는 더 큰 문제로 다가온다. 문수야구장의 평균 좌석 점유율은 60~90%를 넘나들며, 한때는 부산 사직구장을 능가하기도 했다. 울산아재들의 응원 열기와 관중 동원 능력은 이미 검증됐다. 그럼에도 롯데는 울산을 ‘실질적 공동연고’로 대하지 않고 있어 울산을 홀대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야구단의 연고지 운영은 단순한 경기 유치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연고지는 구단의 뿌리이자, 지역 사회와 신뢰를 쌓는 파트너 역할을 한다. 관중 동원과 응원 열기, 인프라 구축, 지자체 지원이 하나로 어우러질 때 구단과 도시가 함께 성장한다. 그러나 현재 롯데와 울산의 관계는 일방적인 지원과 소극적인 이행으로 균열이 커지고 있다.
울산아재들은 더 이상 ‘명분뿐인 공동연고’에 만족하지 않는다. 매년 반복되는 울산 홀대 논란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서는 단순히 숫자 채우기식 경기 배정이 아닌, 지역과의 진정한 상생 의지가 필요하다.
롯데자이언츠가 ‘부산의 팀’이 아니라 ‘부산·울산의 팀’이라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말이 아닌 행동이 요구된다. 울산의 아재들도 부산의 아재들 못지않게 롯데를 응원하는 뜨거운 열기를 자랑한다. 문제는 구단이 그 목소리를 언제쯤 진지하게 들을 것인가에 달려 있다.
신동섭 사회문화부 기자 shingiz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