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군주의 배신 - 3장 / 고니시 유키나가의 십자가 군기(40)
그렇다면 방법은 한 가지밖에 없다. 잘 될지는 모르지만 직접 술을 담그는 것이다. 밥에다가 누룩을 섞어서 간단하게 만드는 탁주를 만들 참이다. 우선 누룩부터 만들고 그것으로 탁주를 만들려면 아무리 속성으로 해도 한 달은 족히 걸린다. 그래도 가능하면 천동 몰래 만들어 보기로 하고, 통밀을 이용해서 누룩 만드는 일부터 했다. 그녀는 서투른 솜씨로 한나절을 분주히 움직이고서야 누룩을 만드는 일을 끝냈다. 이제 통밀이 누룩으로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녀는 이 일에 대해서 굳이 천동에게 숨길 필요는 없지만 알리고 싶지도 않았다.
보름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 다시 칠 주야가 지났다. 이제는 어색한 분위기에 익숙해질 법도 한데 둘은 여전히 데면데면했다. 천동은 먹을 것을 구하려고 오봉산으로 갔다. 한나절을 헤매고 다녔으나 소득이 신통치 않았다. 달랑 도라지 두 뿌리 캔 것이 전부였다. 허탈하기도 하고 자존심도 상했다.
‘누이에게 뭐라고 변명을 하지?’
너럭바위에 앉아서 하염없이 하늘만 쳐다보고 있는데 갑자기 까투리 소리가 들렸다. 그 짧은 찰나의 순간에 본능적으로 그의 몸과 손이 움직였다. 이런 식으로 까투리를 잡는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지만, 오늘은 천동의 운이 좋았고 상대적으로 까투리는 운이 없었다. 천동은 정말로 얼떨결에 꿩 한 마리를 잡고서는 의기양양하게 동굴로 돌아왔다. 국화도 까투리를 보더니 환하게 웃었다.
“오늘 동생이 한건했네. 어떻게 된 거야?”
“그냥 소 뒷걸음에 쥐 잡은 격이지 뭐. 얼떨결에 잡은 거야. 오늘은 저 까투리가 운이 없었던 겁니다.”
우쭐해진 천동은 중언부언하며 말을 많이 했다. 국화는 천동의 그런 모습이 더 좋았다. 어색함이 사라지자 두 사람 모두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까투리는 그날 저녁 천동과 국화의 뱃속으로 사라졌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고, 천동이 모르게 탁주를 만들려고 했던 국화의 계획은 성공하는 듯이 보였다. 술이 다 익었다고 판단한 그녀는 그날 저녁 탁주와 훈제된 늑대고기를 소반에 올리고 천동과 마주했다.
“술은 어디서 났어요?”
“여기서 담은 거야. 속성으로 만들어서 맛이 제대로 나려나 모르겠어. 한잔 마시고 얘기 좀 해줘.”
국화 누이가 따라준 술을 마셔본 천동은 별안간 큰 소리로 웃었다.
“술 맛을 잘은 모르지만 이거 술은 아닌 거 같아요.”
“정말?”
“누님도 한잔 마셔 보세요.”
술맛을 잘 모르는 국화였지만 천동의 말대로 그게 술이 아닌 것만은 분명했다. 서투른 솜씨지만 최선을 다했는데, 뭐가 잘못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런 생각으로 우울해 하던 그녀에게 천동이 말했다.
글 : 지선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