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분옥 시조시인의 시조 美學과 절제](81)녹음이 만발하니-이세보(1832~1895)
지구를 살리는 사랑의 마음
녹음이 만발하니 백화가 시기로다
꽃이 녹음되고 녹음이 단풍이라
아마도 사시공도(四時公道)는 광음인가 하노라
<풍아(風雅)>
내일모레면 흰 이슬이 맺힌다는 백로다. 절기는 어김없이 다가오고 아침저녁 이는 바람이 서늘하다. 그야말로 살 맛 난다. 뜨거움을 견디어 낸 보람이 이런 것인가 싶다. 기후이상으로 지난 여름은 노염(老炎)이 보통 아니었다. 또 윤유월이 있었으니 뜨거움이 한 달 더 길어질 것이라는 각오가 없지 않았지만 땅에 내려서면 가마솥에 활활 불을 때는 뜨거움이었다. 이런 여름을 계속 넘어야 한다면 인간은 어떻게 견디고 살아남겠는지를 염려했다.
지금은 여름의 끝자락에 가을이 함께하는 계절이다. 하늘이 점차 높아지고 공기는 한결 맑아 한낮에도 뜨거움이 한결 누그러졌다. 겨우 어제오늘이다.
우주의 시간은 공평하고 어김없다. 이런 천리(天理)에 이르기까지 우주의 수많은 행성이 서로 부딪치고 흩어지고 뭉치고를 되풀이하여 인간이 살 수 있는 우리의 지구가 오늘에 이르렀다고 생각하니 참으로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주에 수 많은 별들이 있지만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지구와 같은 별이 꼭 있을 거라는 보장은 없다. 인간이라는 생명체가 그 외 수많은 생명체와 동시에 살아가기에 먹을거리를 걱장하지 않는 땅이다.
한때 만화방창하여 눈길을 끌던 꽃도 녹음에 자리를 내어주고 말았다. 꽃도 때가 있는 것이요 사람도 성장하고 나면 점점 막바지로 치닫는 것이다. 왕후장상도 때가 되면 가는 것이고, 천하를 호령하던 무소불위의 제왕 또한 역사 속에 이름만 두고, 그 누구도 남지 않았다. 갈 때가 되면 가는 것이 우주의 천리다. 더위도 가고 계절도 간다. 곧 기세등등한 녹음도 드는 단풍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말 것이다.
기후 위기, 빙하가 녹아들어 지구가 뜨거워지는 것을 이번 여름을 살면서 피부로 호흡으로 바로 느끼고도 인간은 딴 별나라 이야기하듯 보고 있다.
‘풍아’는 조선 후기의 문신 이세보의 시조 437수를 수록한 시조집이다.
축복받은 지구를 우리는 왜 더 많이 사랑하지 않는가. 발 딛고 사는 지구가 마냥 우리의 삶의 방식을 받아 줄 것인가. 인간 공동체가 누릴 지구사랑이 진정한 가족사랑, 나라사랑이 아닐까. 공평한 이치는 우주의 시간뿐. 한분옥 시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