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울산 학령인구 위기, 교육과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묻다

2025-09-09     경상일보

울산의 학령인구가 빠른 속도로 줄고 있다. 통계청 추계에 따르면 2008년 26만9000여명이던 0~17세 인구는 2034년 9만8000명으로 불과 한 세대 만에 3분의 1 수준이 된다. 초등학생은 같은 기간 9만명에서 2만8000명으로 70% 가까이 줄 전망이다. 학령인구 급감은 단순한 학교 문제가 아니라 도시 존립 기반을 흔드는 구조적 도전이다.

원인은 복합적이다. 전국적 저출산에 더해 울산만의 특수성도 크다. 산업 중심 도시임에도 주거와 교육·문화 매력이 낮아 젊은 세대가 외부로 빠져나간다. 실제 인구 순유출의 가장 큰 이유는 ‘교육’이었다. 초·중등은 순유입이 거의 없고 고등학교는 지난 10여 년간 단 한 번도 순유입을 기록하지 못했다. 이는 울산 교육환경이 더 이상 학부모와 청소년에게 매력적 선택지가 되지 못한다는 방증이다.

올해 울산정책연구소의 학령인구 실태분석에 따르면 결과는 더 냉정하다. 초등생은 1991년 9만명에서 2023년 4만1000명으로, 중학생은 4만3000명에서 2만2000명으로, 고등학생은 5만명에서 3만명 수준으로 감소했다. 30년만에 학생 수가 절반 가까이 줄었고 2030년대 중반에는 지금보다 또 절반으로 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런 수치는 ‘인구 절벽’이 추상적 위기가 아니라 당장 학교 현장에서 체감되는 현실임을 보여준다. 교육 인프라 불균형도 크다. 2011년 이후 학급당 학생 수는 줄었지만 여전히 전국 평균보다 높다. 남구와 동구는 특히 높고 보육시설은 전국 평균에 못 미친다. 사교육 기관은 특정 지역에 집중돼 격차를 심화시킨다. 특히 맞벌이 가정의 돌봄 수요를 채워주지 못하면서 젊은 부모들의 외부 유출을 가속화한다.

이러한 학령인구 감소의 파급력은 도시 전반에 미친다. 학생 수 감소는 학교 통폐합과 교원 수급 불안정으로 이어지고 이는 곧 지역 공동체의 활력 저하로 연결된다. 이미 울산 곳곳에서 어린이집 폐원, 소규모 학교 증가, 폐교 사례가 나타났다. 학교가 사라진 자리에 빈 건물만 남으면 그 지역은 더 빨리 쇠퇴하고 지역 상권과 문화 기반까지 동반 위축된다. 교육 문제는 더 이상 교육계만의 과제가 아닌 것이다.

대응은 분명하다.

첫째, 출산 친화적 환경 조성이다. 단순한 장려금보다 주거 안정, 촘촘한 돌봄·보육 서비스, 청년층 생활 기반 마련이 중요하다.

둘째, 교육 인프라 질 제고다. 학급당 학생 수 감소는 맞춤형 수업과 개별 지원을 확대할 기회다. 교원 배치와 학습 환경 혁신이 병행된다면 학령인구 감소가 곧 교육 질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셋째, 대학·기업·지자체 연계다. 교육-고용-정주 선순환을 만들면 젊은 세대의 이탈을 막을 수 있다.

넷째, 지역 맞춤형 정책이다. 수도권 중심의 일률적 정책에서 벗어나 울산 산업·인구 구조에 맞는 대응이 필요하다. 학교-마을 연계 교육생태계 구축이나 평생학습 체제 강화는 울산형 해법이 될 수 있다.

더 나아가 울산은 학령인구 감소를 새로운 비전으로 전환해야 한다. ‘조선과 자동차의 도시’에서 ‘미래 교육도시’로 정체성을 넓히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학생 수는 줄지만 교실은 더 유연해지고 교육은 더 개별화될 수 있다. 학교는 단순한 학습 공간을 넘어 지역 커뮤니티의 중심 거점으로 거듭날 수 있다. 교육을 도시 재생과 지역 혁신의 동력으로 삼는 전략이야말로 울산의 새로운 경쟁력이 될 것이다.

학령인구 감소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그 대응 방식에 따라 울산의 미래는 달라질 수 있다. 이제는 ‘줄어드는 학생 수’를 걱정하는 차원을 넘어 남아 있는 학생과 미래 세대가 어떤 환경에서 배우고 살아갈지를 고민해야 한다. 울산의 학령인구 위기는 곧 울산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질문이다. 지금이야말로 울산 교육혁신의 골든타임이다. 주저하거나 미루는 사이 학교는 문을 닫고 공동체는 활력을 잃는다. 반대로 지금 과감한 선택과 투자가 이뤄진다면 울산은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 학령인구 감소를 도시 쇠퇴의 출발점이 아닌 미래 교육도시로 도약하는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

이미화 동의대 교직학부 교수 동의대메타버스교육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