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서 또 교권침해…교육계 집단병가·법적대응

2025-09-09     이다예 기자

울산에서 또 교권침해가 발생해 논란이 일고 있다. 피해 교사는 특정 학부모로부터 수개월간 지속적으로 민원과 폭언에 시달린 것으로 파악됐다. 반복되는 교권침해에 참다못한 동료 교사들은 집단 병가를 냈고, 교육당국은 피해 교사를 보호하기 위해 법적 대응이라는 칼을 빼들었다.

8일 울산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중구 한 초등학교 1학년 담임교사 A씨는 올해 초부터 학부모 B씨의 각종 민원과 요구에 지속적으로 시달려왔다.

민원은 B씨의 자녀가 입학을 준비하는 단계부터 시작됐다. A씨는 B씨에게 ‘학칙상 교내 휴대전화 사용이 금지된다’는 내용을 안내했는데, ‘만약에 우리 애가 죽으면 책임질 수 있느냐’ 등의 답변을 듣게 됐다. 이후 B씨는 A씨에게 자녀의 휴대전화 사용을 거듭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를 향한 민원은 학기 중에도 계속됐다. ‘더운 날씨에 야외체험학습이 맞느냐’ ‘교내에서 휠체어를 쓰게 해달라’는 식의 민원이 학교와 울산강북교육지원청 등에 잇달아 접수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과정에서 A씨는 B씨로부터 수십통에 달하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문자메시지에는 A씨의 교육활동과 관련해 불만을 표출하는 내용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수업시간에도 전화로 민원을 받게 되는 등 심리적 압박으로 트라우마가 생긴 A씨는 주변 도움의 손길을 받고자 시교육청 교육활동보호센터의 문을 두드렸다. 울산교총과 울산교사노조 등 교원단체에 가입했다.

그 결과 B씨는 지난 6월 지역교권보호위원회에서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해 반복적 부당 간섭 행위’로 교육활동 침해행위로 인정받았음에도, A씨에게 아동학대 신고·소송을 예고하는 내용증명 우편을 보내는 등 위협 행위를 계속해 왔다고 시교육청은 설명했다.

A씨는 지난 1학기에 이어 2학기에도 병가 휴직을 내고 심리 치료 등을 받고 있다.

동료 교사들은 교권침해 사태에 분노하며 단체행동에 들어갔다. 해당 학교 1학년 9개반 담임교사 모두 이날 집단 병가를 내고 교육활동을 거부했다. 1학년 160여명의 수업 공백을 막고자 교감, 기간제 교사 등이 교실에 투입됐다.

교사들 사이에서는 내년 2학년 담임을 기피하는 현상까지 일고 있다. 교권 침해로 인한 교육활동 위축 우려가 확산되면서 올해 하반기 실시하려던 수학여행은 결국 취소됐다.

교육당국은 학교 단위 회복 프로그램과 교원 병원 치료 연계 등을 지원하는 동시에 법적 대응에 나섰다.

천창수 울산시교육감은 이날 오후 B씨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협박, 무고 등의 혐의로 울산경찰청에 고발했다. 지속적인 민원으로 정상적인 학교 운영을 방해한 학부모에게 엄중한 책임을 묻기 위한 조치다. 울산에서 교육감이 교육활동 침해 학부모를 직접 형사고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천창수 교육감은 “서울 서이초 사건 후 2년이 지났지만, 교권 침해 사례가 반복되고 울산에서도 일부 학부모의 지속적이고 부적절한 민원 제기로 학교 교육과정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며 “악의적이고 지속적인 교육활동 침해행위에 신속하고 엄중하게 대응해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보호하고, 학생들의 안정적인 교육환경을 조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다예기자 ties@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