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구하러 오시는 거죠?
9월3일, 제82회 베니스 영화제에서 가자 지구에 살았던 6살 소녀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시사회가 있었고 이 영화는 은상인 심사위원대상(은사자상)을 받았다. 영화는 상을 받았지만, 주인공인 소녀, ‘힌드 라자브’는 그걸 알 리가 없다. 시사회에서 관객들은 23분50초 동안 기립박수를 쳤다. 이 분야의 신기록이자 깨어지기 어려운 기록이 될 것이다. 눈물과 울분으로 넘쳤다. 이 영화는 9월7일, 캐나다의 토론토 국제영화제(TIFF)에서 또 상영되었다.
튀니지 출신의 영화감독, 카우테르 벤 하니아가 연출한 89분의 영화 ‘힌드 라자브의 목소리(The Voice of Hind Rajab)’는 2024년 1월29일의 참혹한 사건을 재구성한 것이다. 여섯 살의 소녀 힌드 라자브는 가족과 함께 피신하다가 이스라엘 전차의 공격을 받은 차량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부서진 차 안에 갇힌 라자브가 구조대에 절박하게 전화를 건다. 살려달라고.
가자시티에서 이스라엘의 지상 공격을 피해 많은 사람들이 피신했다. 위성사진으로 보니 라자브가 탄 차량이 400m도 못가서 충돌했다. 그때 라자브는 기적적으로 살아남았고 구조대원들에게 전화를 건다. “너무 무서워요. 제발 와주세요. 저를 구하러 오시는 거죠?” 3시간의 통화는 총성과 함께 끝난다. 이스라엘 방위군이 철수하고 12일이나 지나 라자브는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 영화에는 실제 통화 녹음이 나온다. 이건 분명한 사실이다. 살인이다.
영화가 끝나자 관객들은 “팔레스타인 해방!”을 외쳤고, 일부는 팔레스타인 국기를 흔들었다. ‘힌드 라자브의 목소리’는 아마도 거의 전 세계인이 듣게 될 것이다. 라자브를 희생시킨 총소리의 수천만 배보다 더 큰 울림이 일고 있다.
2023년 10월7일, 하마스와 다른 무장 단체들이 이스라엘 남부에 치명적인 지상 공격과 로켓 공격을 감행하자, 이스라엘군은 반격으로 공습과 지상 작전을 펼쳤다. 유엔의 인도주의 업무 조정국(OCHA)은 가자지구에서 6만명이 넘는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했다고 한다. 거의 2년간의 분쟁으로 14만5000명이 넘는 부상자가 발생했단다. 대부분이 여성과 어린이다. 200만명이 넘는 팔레스타인 주민이 물, 식량,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 굶어 죽기도 하니 아수라장이다. 하마스가 인질로 잡은 255명 중 생존자 20명이 아직 붙잡혀 있다. 이스라엘의 의지는 단호하고 확고하다.
국제구호위원회(IRC)는 가자지구에서 재앙적인 상황을 직접 목격했으며, 끔찍한 안전 문제에도 불구하고 깨끗한 물, 현금, 유아 교육, 보호 등 필수적인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 그들은 모든 당사국이 국제인도법을 준수하고, 민간인과 중요 기반 시설을 보호하며, 가자지구 내 인도적 지원을 즉시 확대할 것을 촉구한다.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볼 때, 휴전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생명을 온전히 보호하고, 인질 석방을 확보하며, 인도적 지원의 안전한 전달을 가능하게 하는 제일 나은 방법이란다.
유엔은 1947년, 팔레스타인 분할안을 결의했다. 유대인과 아랍인에게 각각 영토를 할당했는데 이후 전쟁과 점령으로 팔레스타인인의 귀환권과 자결권은 실현되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은 안보와 생존을 이유로 정착촌을 확장하였다. 이스라엘은 점령한 가자지구를 안전하게(?) 만들 계획이다. 하마스로부터 안전하게 하려는 것이다. 미국 또한 이스라엘을 지지한다.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싸움에 팔레스타인 주민들만 죽어나고 있다. 잘 먹어서 살이 찌고 그래서 살 빼기와 성인병으로 돈을 쓰는 세상인데 못 먹고 굶어 죽는다니 이런 인재(人災)를 어찌할까?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 되게 힌드 라자브의 죽음이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를 일으키길 빈다. 하늘이시여, 도우소서!
조기조 경남대 명예교수·경영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