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역~경주역 10분 차이에 요금은 3배

2025-09-10     오상민 기자
울산 태화강역에서 경주역까지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열차 종류에 따라 불과 몇 분 차이지만, 요금은 3배 이상 차이가 커 단거리 이용객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철도 요금 체계에 적용되는 ‘최저운임제’가 장거리 이용객 보호 논리 속에 단거리 승객들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9일 한국철도공사 코레일톡에 따르면, 태화강역에서 경주역까지의 소요시간은 무궁화호 30분, 누리로 26분, ITX-마음 27분, KTX-이음 20분으로, 가장 느린 무궁화호와 KTX의 차이가 10분 남짓에 불과하다.

하지만 태화강역에서 경주역으로 가는 열차 운임은 무궁화호와 누리로가 2700원, ITX-마음 4800원, KTX-이음은 8400원으로 책정돼 있다.

단 10분차이에 요금은 3배 이상 벌어져 있는 셈이다. 이는 열차별 ‘최저운임제’가 적용됐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고시에 의하면, KTX는 81㎞ 이내 최저운임 8400원, ITX-마음은 50㎞ 이내 4800원, 무궁화호와 누리로는 40㎞ 이내 2600~2700원을 각각 받도록 돼 있다. 실제 거리를 요율로 계산하면 KTX 운임은 3000원대 수준에 불과하지만, 최저운임 때문에 무조건 8400원을 내야 하는 구조다.

문제는 이러한 운임 구조가 단거리 수요자들의 합리적 선택을 왜곡시킨다는 점이다.

울산과 경주처럼 생활·출퇴근권에 포함되는 짧은 구간에서도 KTX를 타면 ‘시간은 비슷한데 요금만 비싼’ 상황이 반복된다.

경제학적으로는 소비자 후생이 줄어드는 전형적인 사례다.

실제 KTX는 하루 3편만 다니는 데 비해, 무궁화호와 누리로, ITX-마음 등 일반열차가 훨씬 많이 운행되는 것도 이 같은 구조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교통공공재의 성격을 지닌 철도 요금 체계가 장거리 승객 보호라는 명분 속에 단거리 승객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고속도로 통행료가 명절 정체 시 면제되는 것과 달리, 철도는 수십년간 최저운임제를 그대로 유지해온 점이 대조된다.

이에 지역에서는 “단거리 구간에 한해 탄력적 요금제를 도입하거나 환승 할인 제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생활권 내 짧은 이동 수요를 고려해 무궁화호·누리로 증편 등 대체 교통편을 강화하는 것도 소비자 선택권 확대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등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토부 관계자는 “짧은 구간을 최저운임제 없이 단순 거리 비례로 계산하면 운임이 지나치게 낮아져 열차 운영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며 “특히 장거리 고객의 좌석 확보가 줄어드는 등 또 다른 민원이 발생할 수 있어 최소 운임 기준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오상민기자 sm5@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