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철호의 反求諸己(115)]정치, 누구나 해도 되지만 아무나 해서는 안 되는 것
앙겔라 메르켈은 독일의 제8대 연방 총리이다. 그는 2005년 11월 22일~2021년 12월7일까지 총리 대행 기간을 포함하여 독일 최초의 여성 총리로 16년 동안 재임했다. 4년 연속 포브스에서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위이기도 하였으며 2015년에는 타임지 올해의 인물로 선정되기도 했다. 메르켈은 재임 중 유로존 위기를 극복한 구원자라는 평가를 받았으며, 뉴욕타임스는 서방 세계에서 신뢰할 만한 마지막 정치지도자로 평했다. 메르켈은 경제적 업적도 두드러져 2005년 집권 당시 ‘유럽의 병자(sick man of Europe)’로 불리던 독일의 경제를 되살려 독일에 두 번째 ‘라인강의 기적’을 가져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명한 실용주의를 선보이고 윤리의 나침판을 내려놓지 않는 사람, 메르켈 총리는 정치에 입문한 지난 24년 동안 단 한 차례의 스캔들이나 부패 사건에 연루된 적이 없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저평가되는 집단 중의 하나가 정치이다. 신뢰도 낮고 윤리성도 낮은데 능력은 더 낮게 평가된다. 사실 그렇다. 가끔 TV나 SNS 등에 비치는 정치인들을 보노라면 그들의 무능력함에 화나다 못해 웃음이 날 정도이다. 대통령도 그렇고, 국회의원은 물론 광역자치단체장과 의원, 기초자치단체장과 의원까지, 그들을 보노라면 가끔 우리나라에 인물이 저리도 없을까는 생각마저 들 때가 있다. 게다가 그나마 괜찮은 정치인일수록 비주류로 몰리거나 공천을 받지 못하기도 한다.
정치인은 권력 의지를 가져야 한다. 그런데 그 권력 의지란 사회 발전과 국민의 삶을 낫게 만들겠다는 신념의 표출, 자신이 왜 정치를 하고, 해야 하는지에 대한 뚜렷한 소신이다. 세상과 사회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철학, 더 낫게 하고자 하는 의지, 그것을 뒷받침하는 전문성을 겸비한 능력을 갖추어야 하는 게 정치인이다. 정치는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다. 빈곤과 불평등 같은 사회 문제를 개선하고, 국민 삶의 질을 결정한다. 지금 대한민국에는 자리에 걸맞은 능력과 책임감을 갖추지 못한 정치인, 사회를 이끌 비전과 철학이 부족한 정치인이 너무 많다. 누구나 해도 되는 게 정치지만, 아무나 해서는 안 되는 게 정치다.
송철호 한국지역문화연구원장·문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