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무너진 교육 현장과 교육받을 권리
교사들이 학생 지도를 온전히 할 수 없는 환경에서 학생들은 누구에게 배움을 받을 것인가?
교권 상실은 교사 개인의 문제가 아닌 학생들의 교육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심각한 사안이다. 법조인으로서 학교폭력이나 아동학대 사건을 맡을 때마다 ‘이게 과연 법으로 판단되어야 하는 영역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교사의 가르침으로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사안까지 법의 영역으로 오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최근 한 달, 울산에서 벌어진 두 사건은 우리 교육 현실의 극명한 대조를 보여준다. 한 사건은 교육 공간이 얼마나 심각하게 무너졌는지를, 다른 사건은 교육 당국의 변화 의지를 드러낸다. 지난달 25일 울산 울주군의 한 고등학교에서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40대 A씨 부부가 딸이 다니는 고등학교를 찾아가 딸의 동급생인 B양을 여러 차례 폭행했다. 교사들과 학생들의 제지를 뿌리치고 지속적으로 피해 학생을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학생은 병원으로 이송되었고, A씨 부부는 폭행과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일탈이 아니다. 학교가 더 이상 ‘가르치고 배우는 공간’이 아닌, ‘감정과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공간’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적나라한 증거다.
그런 가운데 울산교육청이 보낸 변화의 신호는 주목할 만하다. 울산교육청은 처음으로 교육감이 교육활동 침해로 학부모를 고소하는 초유의 조치를 취했다. 교사의 교육행위에 대해 반복되는 악성 민원을 제기한 학부모를 교육활동 침해 혐의로 고발한 것이다. 이는 그동안 ‘참고 견뎌야 한다’는 교육 당국의 소극적 대응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교권을 보호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이런 변화가 필요한 이유는 교권 침해가 이미 임계점에 달했기 때문이다. 최근 5년간 교권 침해가 1만4213건에 달하고, 2023년 한 해에만 5050건이 발생했다. 특히 침해 유형 중 명예훼손 및 모욕이 44%로 가장 높고, 교사에 대한 상해 및 폭행도 10건 중 1건꼴로 발생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로 인한 교사들의 고통이다. 피해 교원의 병가나 휴직이 4년간 9배나 증가했고, 교사들은 극심한 스트레스와 우울증, 심지어 외상후스트레스장애까지 겪고 있다. 울산 교사노조 조사에서도 교원 10명 중 4명이 “교권 침해를 겪었다”고 답할 정도로 상황은 심각하다.
교권 보호 4법이 시행되었지만, 현장 교사 10명 중 8명이 여전히 근무 여건 개선을 체감하지 못한다는 조사 결과는 법적 보완의 한계를 보여준다. 근본적인 법 개정이 필요하다.
‘교권’이라는 모호한 개념을 법률적으로 명확히 정의해야 한다. 현행법상 ‘교권’은 사회학적 개념에 불과해 법적 구제의 기준이 모호하다. ‘교사의 교육 전문성 및 교육활동 보장권’으로 구체적 권리를 법률에 명시하고, 미국의 연방 교사 보호법처럼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한 포괄적 면책권을 부여해야 한다. 생활지도 권한의 실질적 효력을 확보하는 법적 장치 역시 마련되어야 한다.
현재의 ‘즉시 분리’ 조치는 일시적 조치에 그쳐 교육 현장에서 실효성이 떨어진다. 영국처럼 교사의 단호한 대처 권한을 법률에 명문화하고, 아동학대 신고로부터의 명확한 면책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
학부모의 교육활동 침해행위에 대한 처벌 조항 강화 역시 반드시 필요하다. 현행법은 선언적 수준에 그쳐 악성 민원에 대한 실질적 제재가 어렵다.
반복적 악성 민원, 교사에 대한 모독적 언행에 대해서는 명확한 법적 처벌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이와 함께 통합 민원 대응 체계, 피해 교원 지원 제도, 학부모 교육 의무화 등 행정적 보완책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무너진 교권을 강화하여 교사들이 다시 학생들을 제대로 지도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 학교는 다시 ‘가르치고 배우는 공간’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곳에서 교사는 안심하고 학생을 가르칠 수 있어야 하고, 학생은 온전히 배움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 학부모는 교육의 동반자로서 교사의 전문성을 존중해야 한다.
교권 회복은 단순히 교사를 위한 일이 아니다. 우리 아이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고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미래를 위한 필수적 선택이다. 교사의 가르침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들이 법정으로 오지 않도록, 학교가 다시 교육의 장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이나라 법률사무소 율빛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