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웅촌명주 손진용 대표, “좋은 물과 정직한 재료로 울산 전통 명주 만들것”

2025-09-12     오상민 기자
1935년 첫 술을 빚은 울산 울주군 웅촌면의 양조장 ‘웅촌명주’가 전통을 잇는 동시에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웅촌명주는 추적이 가능한 것은 1935년이지만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그보다 더 앞선 시기부터 술이 빚어졌다는 구전이 전해질 만큼 뿌리 깊은 역사를 자랑하는 지역 대표 생막걸리다.

손진용 웅촌명주 대표의 경영 철학이 뚜렷하다. 원료는 기존 밀가루에서 쌀로 바꿔 국산만을 고집하고, 부재료도 값싼 대체재는 사용하지 않는다.

손 대표는 “술은 결국 재료가 전부”라며 “재료비를 아끼면 소비자 신뢰를 잃는다”는 신념을 지켜왔다. 그러나 최근 원가 상승 압박은 전통주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서민의 술로 불리는 막걸리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어서, 손 대표 역시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경기 침체 여파도 만만치 않다. 과거 동네 중소형 슈퍼마켓을 중심으로 거래망을 이어왔지만, 편의점과 기업형 슈퍼마켓(SSM) 확산으로 판로가 줄면서 매출이 20~30% 가까이 감소했다. 손 대표는 “동네 상권이 무너지는 게 가장 피부로 느껴진다”며 지역 양조장의 생존난을 실감했다.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웅촌명주는 설비 투자와 품질 개선에 나섰다. 최근 3200ℓ 규모의 대형 단지를 도입해 발효 과정을 개선했다. 기존보다 깊고 진한 맛을 내기 위해 4기의 단지를 교체했고, 추가로 4기를 더 확충할 계획이다. 여기에 MZ세대를 겨냥해 의무사항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2017년 HACCP(해썹) 인증을 획득했다. 당시 지역 전통 양조장 중에서는 처음으로 받은 인증이다. 젊은 세대일수록 위생과 청결을 중시하는 만큼 변화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웅촌명주는 지역과의 상생도 중시한다. 지자체의 ‘착한가게’ 인증을 받았고, 대표 개인적으로도 사랑의 열매 후원과 결손가정 자녀 기부 활동을 이어가며 지역 친화적 기업의 길을 걷고 있다.

지역 농민과 상생하는 동시에 울산산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전략도 모색하고 있다. 울산에서 수확한 햅쌀을 적극 활용해 술을 빚으며, 이를 통해 고급주 시장으로 차별화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현재 웅촌명주의 제품은 울산뿐 아니라 부산, 경주, 양산 등 인근 지자체로 출고되고 있다. 향후 유통 지역을 더 넓히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애주가들 사이에서는 직접 양조장으로 주문해 택배로 받는 이들도 많아 전통 양조장만의 ‘직거래 팬덤’도 형성되고 있다.

좋은 술의 생명은 ‘물’이라는 말처럼, 손 대표는 양조에 사용하는 천연암반수에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6개월마다 수질검사를 진행할 정도로 철저히 관리하며 품질을 유지한다. 그는 “좋은 물과 정직한 재료, 그리고 전통 방식이 합쳐져야 제대로 된 술이 나온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손 대표는 웅촌명주의 미래를 ‘지천명주’(知天命酒)라 표현했다. 쉰살에 천명을 안다는 말처럼, 이제는 술을 넘어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담아내는 존재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와 동시에 지천(地天) 아래 최고의 술이 되겠다는 포부다.

손진용 웅촌명주 대표는 “울산에서 태어나 울산을 대표하는 술로 자리 잡고 싶다”며 “100년을 넘어 200년을 이어가는 양조장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오상민기자 sm5@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