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로 불러본 반구대 암각화 ‘선사의 노래’

2025-09-12     권지혜 기자

반구대 암각화가 국보로 지정(1995년 6월23일)되기 전인 1970년대부터 반구대 암각화를 주제로 작품 활동을 해온 최설향(사진) 작가의 26번째 개인전 ‘선사의 노래’가 오는 21일까지 울산 중구 태화동에 위치한 갤러리 루덴스에서 열리고 있다.

최 작가는 반구대 암각화가 국보로 지정된 후 처음으로 반구대 암각화를 주제로 한 개인전을 열어 전국적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최 작가는 “울산에 처음 왔을 때 국보를 찾다가 당시 국보는 아니었던 반구대 암각화를 주제로 작품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 길로 평생 반구대 암각화를 작품화 하고 있다”며 “이번 전시는 반구천의 암각화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후 가지는 첫 전시라 의미가 크다. 반구대 암각화의 가치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선사시대 사람들의 삶과 염원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새롭게 풀어낸 작품 30여점을 선보이고 있다. 최 작가는 반구대 암각화 위에 새겨진 선들이 단순한 기록이 아닌 자연과 함께 살아가던 인간의 진솔한 이야기라고 말한다.

푸른색으로는 강과 바다의 생명력을, 황토와 붉은 계열의 색으로는 삶의 열정과 사냥의 긴장감을 표현했다는 것이다. 반복되는 망사와 돌기 같은 질감은 마치 선사인들의 손길을 느끼게 하며, 이를 통해 관람객들을 수천 년 전의 반구대 암각화 속으로 초대하며 과거와 현재를 연결시킨다고 최 작가는 설명했다.

반구천 암각화 연구가인 이기우씨는 최 작가의 작품은 과거를 재현하는 것을 넘어 삶의 치열함, 기쁨, 사랑과 공동체에 대한 염원 등 시대를 초월하는 보편적인 가치를 담고 있다며 그림 속 고래 떼와 별빛, 사람의 형상은 오늘의 우리에게 이어진 이야기라고 평했다.

최 작가는 작가노트를 통해 “나는 오랫동안 반구대 암각화를 바라봤다. 바위 위의 선들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던 인간의 이야기였다”며 “이번 작업은 그 암각화에서 출발한다. 그림 속에 등장하는 고래 떼와 별빛, 사람의 형상은 단순한 도상이 아니라 오늘의 우리에게 이어진 이야기다. 암각화의 주제들은 지금 우리의 삶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이 그림들을 통해 ‘선사의 노래’를 시각적으로 불러내고자 했다. 바위는 여전히 말한다. 나는 기억한다고”라며 “이 작업이 관람하는 이들에게도 그 오래된 목소리와 울림을 전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최설향 작가는 개인전 26회, 단체전 250여회 등에 참여하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 한국미술대전 대상, 세계미술대전 특선, 제12회 울산연극제 무대미술 종합예술상, 울산시 디자인 공모전 최우수 등을 수상했다. 문의 0507·1407·7007.

권지혜기자 ji1498@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