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조선업 지속 발전·노동환경 개선 법제화 추진

2025-09-12     주하연 기자
울산 조선업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조선산업기본법’ 제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법을 통해 안정적인 생산구조, 생명과 안전, 공정한 계약과 적정임금 확보 등 책임 분담을 제도화하는 것이 가장 빠르게 조선업을 안정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 제시됐다.

11일 울산 동구 노동자지원센터에서 열린 ‘조선산업기본법 마련 정책토론회’에서는 현장의 불안정한 구조와 노동 환경을 법안을 통해 구체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번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김태선(울산 동구), 진보당 윤종오(울산 북구),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과 울산동구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금속노조, 조선업종노조연대가 공동 주최했다.

발제에 나선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조선업 현황과 문제를 통해 본 조선산업기본법의 필요성’을 주제로 조선업의 구조적 한계를 짚었다.

그는 “조선업은 경기 변동에 따라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 산업이지만 하청 중심 구조, 저임금·고강도 노동, 이주노동자 의존 등 구조적 취약성이 여전하다”며 “중국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인건비 부담으로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는 상황에서, 숙련 인력을 통한 생산성 극대화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이어 “조선산업이 국가 전략산업으로 재배치되는 상황에서 장기 발전 계획이 필요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조선산업기본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숙련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훈련과 R&D 인력 지원, 불황기 인력 유지를 위한 기금 조성 등을 제도화할 수 있는 법적 근거로서 기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두번째 발제를 맡은 김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조선산업기본법의 구체적 설계를 소개하며 △산업통상자원부·고용노동부 장관의 중장기 발전계획 수립 △조선산업정책심의회 설치 △정기 실태조사와 통계 작성 △조선산업발전기금 조성 등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그는 노동 현장의 불공정 구조를 바로잡기 위해 △직종별 적정임금 고시와 노무비 조정제 △원·하청 종사자 차별 금지 △표준계약서 의무화 △다단계 하도급 제한 △이주노동자 관리 및 지역 정착 지원 등을 제안하며 “법을 통해 안정적 생산 구조와 안전, 적정임금을 보장하고 정부와 기업이 책임을 나눠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현장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더해졌다. 참석자들은 “조선업은 호황기에 인력난을 겪다가 불황기에는 대량 해고와 체불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돼 왔다”며 “호황기에 구조와 노동조건을 바로잡아야만 다음 불황을 버틸 수 있다”고 법 제정의 필요성에 뜻을 모았다.

김종훈 동구청장은 “울산 동구는 대한민국 조선산업의 핵심이지만 하청 노동환경 악화, 인구 유출, 이주노동자 급증 등 과제가 많다”며 “조선산업기본법이 지역 노동환경 개선과 조선업 안정화에 실질적 해법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주하연기자 joohy@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