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침묵의 살인자 미세플라스틱

2025-09-15     경상일보

지난달, 프랑스 툴류즈대 연구팀은 레이저와 라만 분광분석법을 이용한 연구로 사람은 매일 하루에 평균 약 6만8000개의 초미세플라스틱(10㎛ 이하) 입자를 호흡기를 통해 흡입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주거 공간을 떠다니는 미세플라스틱은 주로 의류, 카펫, 주방용품 등에서 발생한다. 자동차 내부는 대부분 플라스틱 내장재여서 미세플라스틱 농도가 주거공간보다 약 4배 이상 높다고 했다.

대부분 미세플라스틱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 연구는 물과 음식을 통한 연구들이었으나, 이 연구는 미세플라스틱이 호흡기를 통해 들어와 폐암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성 폐염증과 관련한 연구였다. 이 연구진들은 플라스틱 제품 사용을 줄이고 목재나 금속, 천연 섬유 제품을 사용하기를 권했고, 헤파필터가 달린 청소기로 자주 청소하는 방법만이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 하였다.

미세플라스틱과 그 첨가물은 내분비교란을 일으켜 신경발달 장애, 치매, 생식적 장애(정액과 난포의 미세플라스틱), 심혈관 질환과 뇌졸중, 심장마비, 암 등의 위험을 높인다는 여러 연구결과가 있다.

플라스틱 제조과정에서 가소제(플라스틱의 유연성을 높여 성형 가공을 쉽게 해주는 화학물질)로 사용되는 비스페놀A(호르몬 교란물질)는 2024년 유럽 식품안전청(EFSA)에 의해, 몸무게 1kg당 하루 섭취 허용량을 기존의 4000ng에서 0.2ng으로 대폭 낮추면서 사실상 비스페놀A를 시장에서 거의 퇴출시켰다. 대체물질로 비스페놀TMC를 식품용기, 젖병 등에 사용해 왔다. 그러나 며칠 전, 국가 독성과학연구소의 연구팀은 비스페놀TMC에 대한 독성 연구를 통해 이 또한 인체에 유해한 독성이 있음을 확인 발표하였다. 지금까지도 안심하고 사용해 왔던 탓에 더욱 충격적이다.

대부분의 기후학자들은 인류가 발생시킨 온실기체에 의한 기후변화이기 때문에 지질학적 홀로세인 현 시대를 인류세라 불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이를 사기라고 하면서 기후변화 원인을 다른 곳에서 찾고 있다. 그러나 기후위기에 버금가는 환경문제인 미세플라스틱 오염 문제는 논쟁의 여지조차 없이 인류가 피하기 어려운 심각한 문제로 부각되어 있다.

지지난달 유럽을 휩쓴 기록적인 폭염 때, 그들에게 다가온 기후변화를 뉴노멀(새로운 정상)이라 했다. 수만년 전, 인류의 조상이 맨몸으로 빙하기를 극복한 것 처럼, 오늘날의 기후변화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의미가 보인다. 그러나 미세플라스틱 문제는 극복의 대상이 아니다. 미세 플라스틱은 ‘침묵의 살인자’라고도 한다.

지난달 초 스위스 제네바에서, 지난해 11월 부산에서 열렸고 협약 성안에 실패한 ‘제5차 유엔 플라스틱 협약’의 후속으로 개최된 ‘5차 정부간 협상위원회 추가 협상회의’가 있었지만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그 역시 실패로 끝났다. 플라스틱 오염 종식, 생산량 감축 등이 핵심목표인 이 협약은 파리기후협약 이후 가장 중요한 환경 협정이다.

기후변화 위기는 임계점이 있다. 그러나, 미세플라스틱이 전세계의 공유물인 바다와 대기중으로 퍼져나가고 있지만 되돌릴 수 없는 임계점은 없다.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 어느 한두 국가가 경제적 이익을 희생해가며 탄소제로 목표를 달성했다 하더라도 그들에게 돌아오는건 아무것도 없을 수 있다. 미세플라스틱 오염 문제는 다르다.

미세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는 우선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나가야 한다. 어려운 일이 아니다. 동시에 친환경 대체 재료를 개발 사용해 나가야 한다. 우리 주변의 바다와 땅 위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거해야 한다. 더불어서 화학적 재활용 기술 개발과 생분해 바이오 플라스틱 소재 개발에 적극 투자해야 할 것이다. 이는 훗날 화학적 재활용 소재 생산 기술 수출에 의한 수익 창출도 가능할 것이다. 당장 16일부터 인천대와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리는, 전세계 친환경 바이오 플라스틱 전문가와 세계적 기업이 한 자리에 모이는 ‘2025 글로벌 친환경 플라스틱 서밋’과 신재생에너지 전시회에 기대를 걸어보자.

허황 울산대학교 명예교수